국내업계 ‘빅2’ 롯데렌탈·SK렌터카
어피니티에 매각… 시장 36% 장악
잔존가치 관리 등 사업구조적 요인
그룹 전체 재무건전성 악영향 우려
롯데렌터카 서울역 지점./사진: 롯데렌탈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대기업들이 위기 때마다 우선적으로 정리하는 사업이 있다. 렌터카 사업이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 시장 전망도 밝아 매력적이지만, 단기적으론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한 탓에 그룹 재무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그룹이 롯데렌탈을 1조5729억원에 매각하기로 한 데 이어, SK그룹도 4개월 전 SK렌터카를 8200억원에 매각했다.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는 업계 1ㆍ2위를 모두 사들이며 국내 렌터카 시장의 36.5%를 장악했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이 리밸런싱(구조조정)과 유동성 위기 극복 과정에서 렌터카 사업을 우선 정리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렌터카 사업의 구조적 특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주 수입원인 장기 렌터카 사업을 위해서는 대당 평균 2600만원에 달하는 차량을 대규모로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하고, 이는 그룹 전체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된다. 실제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매각 후 부채비율이 361%에서 173%로 크게 낮아졌다.
잔존가치 관리도 큰 부담이다. 잔존가치는 신차 가격에서 렌터카 계약이 종료된 시점의 감가상각을 뺀 금액으로, 월 대여료 책정과 중고차 매각가 등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렌터카 회사 수익성의 핵심이다.
문제는 금리 상승이나 경기 침체로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면 예상 잔존가치를 실현하지 못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차량을 급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조달금리에도 신경써야 한다. 최대한 낮은 금리로 차입금을 조달해야 대여기간 동안 월 대여료 등으로 기대한 만큼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서다.
SK렌터카 제주지점./사진: SK렌터카 제공 |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렌터카 시장은 매력적인 투자처로 평가받는다. 장기렌터카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 시장 규모도 2020년 100만대를 돌파해 지난해 122만대를 기록하는 등 성장세다. 또 장기렌터카는 초기 비용 절감과 월 렌탈료 손비 처리 등의 장점으로 경기 불황기에도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법인 고객은 연말연초 임원 선임과 인사이동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개인 고객도 친환경 차량 전환과 차량 교체주기 단축 트렌드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휴가철 등에 수일 정도 차를 대여해주는 단기렌터카 시장도 ‘워라밸’ 문화 정착으로 여행, 캠핑 등 여가 수요가 늘면서 성장세다.
최근 금리 하락기에 진입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조달 금리 하락으로 차량 구매 비용이 줄어들어 시장 전체가 수혜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도 꾸준한 성장을 자신한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과거에도 2차례 대주주 변경이 있었지만 지속 성장해왔다”며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나 회사의 성장 궤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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