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에 필요한 각종 기술을 연구하기 위한 지하연구시설(URL) 부지가 태백시로 결정됐다. 태백시는 석탄광업 사양화 이후 침체된 지역 경제 살리기 의도에서 부지공모에 응해 이번 결실을 얻은 것이다. 국비 5138억원이 투입돼 2026년 착공, 2032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이 사업이 본격화하면 인프라 및 연구시설 건설로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지하 500m에 실제 방폐물 처분시설이 들어설 공간과 유사한 지질환경에서 처분기술 안정성이 검증되면 최대난제인 주민수용성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URL은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특별법안’에도 관련 조항이 들어 있다. ‘원전 부지내 저장시설’, ‘중간저장시설’, ‘처분시설’ 등과 함께 ‘연구용 지하연구시설’로 정의돼 있다. URL은 처분시설 부지 선정 전에 건설되기 때문에 고준위방폐장으로 가는 긴 여정의 첫 단추다. URL 건설이 근거법 없이 출발하는 점을 감안하면, 방폐장 사업의 체계적 추진을 위해선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게 재확인된다.
특별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원전부지 내 저장시설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을 놓고 여야가 입장차를 못 좁혀 폐기됐다. 민주당은 ‘설계수명 기간 동안의 발생량’, 국민의힘은 ‘계속운전을 포함한 운영허가 기간 동안의 발생량’을 각각 주장했다. 이면에는 탈원전정책에 대한 찬반론이 깔려 있다.
22대 들어서도 국민의힘 법안은 ‘설계수명 발생량’에 더해 ‘위원회 심의ㆍ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해 ‘계속운전’에 대비했다. 반면 민주당 법안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전망을 어둡게 한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선 원전 가동이 불가피하다는 게 작금의 국제사회 인식이다. 민주당은 탈원전 미몽에서 깨어나 특별법 처리에 전향적으로 임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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