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아래 ‘여당이 어디냐?’란 논쟁이 불붙었다. 170석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지난 15일 국민의힘을 “이제 여당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다. 이 대표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과 민생 회복을 위한 추경편성도 제안했지만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은 “국민의 힘은 여전히 여당”이라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민생을 챙기겠다고 반박했다. 정부 예산안에서 4조1000억원을 삭감한 야당의 추경편성 주장에도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그 사이에 서민경제는 나락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영혼 있는 공무원’들이 분투하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수개월간 공을 들인 내년도 업무보고와 내년도 경제정책방향마저 휴짓조각이 될 상황이다. 11월 쏟아졌던 윤석열 정부의 중간고사 성적표인 집권 전반기 성과자료가 기말 성적표가 된 셈이다. 국토교통부만 해도 당시 ‘부동산시장 정상화 및 국민주거 안정’ 등을 성과로 앞세웠지만 함께 내놓은 ‘향후 추진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국민생활에 영향이 큰 국토교통 과제로 집값을 빼놓을 수 없다. 올 여름 서울을 중심으로 무섭게 뛴 주택가격 상승세의 예봉을 꺾은 건 정부의 성과다. 하지만 집값 안정책은 상시관리해야 할 진행형 과제다. 무엇보다 이를 통째로 뒤흔들 ‘공급절벽’이란 시한폭탄이 다가오고 있다. 최근 만난 한 분양대행사의 대표는 “주택건설사들이 서울 정비사업 외엔 사업을 접다시피 하면서 일감이 끊겨 미분양ㆍ미입주 분양대행으로 연명하는 처지”라고 호소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26만4425가구)은 20만가구대에 그친다. 올해(36만3851가구)보다 27% 줄어든 후 2026년 15만7000가구로 다시 반토막난다는 분석이다. 선행지표인 주택 인허가물량도 10월말까지 24만4777가구로 작년동기보다 19.1%나 줄었다.
이대로 방치하면 서민주거 안정은 물건너갈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조기대선으로 출범할 새 정부의 임기 2∼3년차 즈음에 공급절벽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여론조사상 ‘여당’ 논란을 던진 더불어민주당이 공급절벽을 수습할 집권여당이 될 가능성도 높다. 공급절벽은 아무래도 서울 등 수도권에서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현 당정의 완충책도 3기 신도시, 신규 택지(그린벨트 해제지 포함), 그리고 1기 신도시 등 수도권 재건축ㆍ재개발 촉진에 맞춰졌다. 건설사들이 수도권 정비사업 외엔 거들떠보지 않아서다.
조기대선까지 6개월여 기간을 허비해선 안된다. 하지만, 공급절벽을 완충할 재건축재개발특례법 등 주요 법안이 야당 반대 아래 국회에 발이 묶였다. 내년 6월 시행될 30년 이상 노후단지의 안전진단 면제를 놓고 새 정부가 진단 기준을 강화해 사업시행 인가 전에 통과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까지 나오고 있다. 정권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탄 부동산정책 탓이다.
논란이 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임대차3법, 다주택자 중과세 등은 차치하더라도 수도권의 유일한 공급처인 정비사업 규제 완화법안만이라도 빨리 처리하는 게 국정주도권을 쥐려는 원내 1당의 책무이자, 집권 후 골칫거리를 막을 첩경이 아닐까.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 만들텐데”라고 뒤늦게 한탄하는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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