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주택ㆍ폐가 등 장기간 방치… 보호지구 실익도 없어”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주거지역인데도 공공청사 옆이라는 이유로 공동주택 건축이 허용되지 않는 ‘보호지구’로 지정됐다면 불합리한 규제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부산고법ㆍ고검 인근 민원 지역 위성사진/ 사진: 권익위 제공 |
권익위(위원장 유철환)는 토지주인 경동건설이 “부산고법ㆍ고검 인근 지역의 공용시설물 보호지구 지정을 해제해 달라”며 낸 고충민원과 관련해 부산시 등에 “용도지역에 맞는 토지 이용이 가능하도록 보호지구 지정을 해제하거나, 건축 제한을 완화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부산고검 바로 옆에 있는 연제구 거제동 1045-2번지 일대는 과거 노후 주택이 밀집한 3종 일반주거지역이었지만, 2007년 주택 재개발 사업을 장려하기 위해 고층 아파트 건축이 가능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가 상향 조정됐다.
그런데 2012년 부산고검이 ‘법원ㆍ검찰 청사 주변에 고층 건물 신축 시 방호 및 보안 등에 문제가 있다’며 보호지구 지정을 요청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당시 다수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보호지구 지정을 반대했을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관련 부서도 ‘폐ㆍ공가가 장기간 방치되면 슬럼화해 우범지대로 전락하는 등 많은 문제가 예상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 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은 2013년 10월 공용시설물 보호지구로 지정돼 고층 아파트 건축이 막혔다. 보호지구 지정 당시 부산고법 북측과 부산고검 남측 일부는 최종적으로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게다가 당초 지자체 도시계획 조례에는 상위 법인 국토계획법과 마찬가지로 ‘기준에 적합하다고 인정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친 경우’에는 건축 제한을 완화할 수 있도록 단서 규정을 두고 있었지만, 2018년 조례 개정으로 단서 규정까지 삭제됐다.
이에 경동건설은 “해당 지역은 공용시설물 보호지구에 묶여 개발할 수 없고 노후화된 주택지로 슬럼화돼 있다”며 “이를 해제해 주변 다른 지역처럼 고층 아파트를 건축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고충민원을 냈다. 해당 지역 주변에는 이미 20층이 넘는 아파트 단지와 10층 이상의 오피스 건물이 들어선 상태다.
반면 부산고검은 경동건설이 해당 부지가 보호지구로 지정돼 개발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매수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행정소송에서도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는 이유로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민원 신청은 건설사의 개발 이익을 요구하는 것으로 부당하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권익위는 해당 지역의 보호지구 지정을 해제하거나 건축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권익위 조사 결과 전국 법원ㆍ검찰 청사 인근에 주거지역이면서 보호지구로 지정돼 공동주택 건축이 제한된 사례는 해당 지역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는 “공동주택이 가능한 준주거지역인데도 보호지구 지정으로 공동주택을 제한하고 있어 용도지역ㆍ지구가 서로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공청사 인근의 고층 건물 신축을 규제할 의도로 보호지구를 지정했지만, 이는 건축물 용도만을 제한할 뿐 층수는 제한할 수 없어 고층의 숙박ㆍ업무시설 등은 건축이 가능하다”며 “이미 청사 인근에 고층 건물이 다수 들어서 있어 보호지구 실익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구역은 노후주택과 폐ㆍ공가의 장기간 방치로 도시미관 개선 및 재개발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봤다.
이와 함께 권익위는 도시계획위 심의 등을 거쳐 건축 제한을 완화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라는 제도개선 의견도 함께 내놨다.
양종삼 권익위 고충처리국장은 “도시관리계획은 광범위한 행정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라 하더라도, 용도지역에 반하는 보호지구 지정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고, 보호지구 내 건축 제한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며 “다른 지역에도 이 같이 ‘병 주고 약 주는’ 사례가 없는지 조사해 문제점이 발견되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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