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훈 광주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장은 장애 아이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친 자식처럼 한결 같은 마음으로 센터를 운영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 사진 : 양권길 기자 |
필라델피아 선언 실천…평등한 노동권 실현
장애 뛰어 넘어 '자립 꿈꾸는 이웃' 적극 도와
장애근로자 법률자문·심리치료·재취업 지원
변호사·노무사·수어통역사·상담사 일상동행
장애체육선수 대상 ‘찾아가는 방문상담’호응
사업주와 더불어 살아가는 직장 문화 개선役
맞춤형 내담자 중심…안정적 직장 생활 지원
공연·힐링콘서트 개최 비장애인과 문화 향유
업무스트레스·불안·건강관리·심리문제 점검
각급 기관들과의 협력 통한 권익 및 고충 해결
“정신 질환 직업 재활 인프라 턱 없이 부족해”
[대한경제=박연오 기자] 연말이 되면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 등의 채용 관련부서는 한 해 장애인 고용 비율에 고민을 안고 신년을 맞는다. '장애인고용분담금'을 신고하고 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담금은 장애인을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업주가 의무고용에 미달하는 인원 수만큼 납부하는 공과금이다. 같은 기간 한국장애인고용안전협회 광주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이하 광주센터)는 ‘장애인이 근무하기 좋은 회사’를 발굴·지원하기 위해 고민을 한다. 직장 내 부당 해고, 임금 체불, 성희롱 등 장애인 근로자의 권익 보호 및 복지 향상을 위한 한 해 성과와 신년 계획도 구상한다. 국제노동기구(ILO)의 필라델피아 선언인 ‘노동자의 권리 보호와 사회적 정의 구현’이 궁극적인 목표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양 기관의 연말연시 상황은 대조적이다. 광주센터는 특히 몇 일 전 지역 장애인 체육 선수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방문 상담을 실시해 큰 찬사를 받았다. 본지는 정찬훈 광주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장을 만나 센터의 역할과 장애인 근로자의 현주소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정찬훈 광주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했는데 광주센터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다소 알려지게 됐다. 센터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해 주신다면.
광주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는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회장 이건휘) 산하 기관으로 장애인근로자 권익 보호 및 복지 향상을 위해 2019년 설립됐으며, 광주뿐만 아니라 전남·북, 제주 등을 관할로 활동 중입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위탁을 받아 장애인 근로자들의 권익 보호와 복지 향상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즉, 변호사·노무사·수어통역사·상담사와 함께 장애인근로자를 위한 법률 자문, 심리치료, 재취업 지원 등을 돕고 있습니다. 아울러 장애인들이 단순한 공동작업장에서 일한다 하더라도 스스로 근로활동을 하며 소속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근무 중 불가피하게 생긴 어려운 일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센터의 역할입니다.
주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네요?
네, 장애인 고용은 취업만이 목표가 아닙니다. 이후 직업활동의 유지·관리가 관건입니다. 광주센터는 변호사(1인) 노무사(1인)과 함께 지난 3년여간 2천여건에 달하는 상담을 실시했습니다. 상담 후엔 진위파악과 중재에 들어갑니다. 문제해결이 안 될 경우 고용노동부나 인권위에 고발하지만 고발만이 정답이 아닙니다. 광주센터는 ‘혼자 힘들어 하지 마세요’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장애인근로자와 사업주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직장문화 개선에 힘쓰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장애인 의무고용사업체의 장애인 고용률은 3.17%(공공부문 3.86%, 민간부문 2.99%)로 양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장애인고용 정책은 장애인 근로자들이 직업생활에 보다 만족할 수 있도록 고용의 질을 높이고, 안정된 직업생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 입니다.
광주센터는 체육선수들과의 고충 상담을 통해 스트레스와 건강을 체크하여 자신감을 유지토록 찾아가는 방문상담을 신설해 진행하고 있다 / 사진 : 광주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제공. |
최근 광주시장애인체육회와 함께 지역 장애인 체육 선수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방문 상담을 실시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도 중요한 만큼 선수들과의 고충 상담을 통해 스트레스를 점검하고, 자신감의 회복 및 거강유지를 위해 구상됐습니다. 광주광역시청과 한전KPS 등 지역 장애인 체육 선수 23명을 대상으로 개인과 그룹별 상담으로 진행했습니다. 방문 상담은 선수들이 장애인 체육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리적 위축에 대한 심리치료사의 전문적인 상담과 진단을 병행하여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올해가 첫 시범이었지만 내년부터는 종목 또는 기업·기관별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정신 건강과 정서적인 안정을 통한 장애인 체육 경쟁력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겠습니다.
당장 피부로 느끼는 장애인근로자의 고용의 질은 어떻다고 보는가?
장애인근로자의 직업을 살펴보면 자난해 말 기준 단순노무 종사자의 비율이 41.2%로 전체근로자의 18.3% 대비 2배를 초과하고 있고, 사무직 종사자 역시 전체근로자는 25.2%인 반면에 장애인근로자는 19.0%에 불과합니다. 이에 앞으로 장애인고용의 질을 높이는데 많은 시간과 다양한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효과성이 높은 것은 제도개선입니다. 일례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의무고용인원 인정 요건(중증장애인은 월 16일 이상만 근무하면 됨)에 대한 제도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장애인고용안전협회의 기능은 무엇인가?
‘한국형 장애균등지수(KDEI)’ 적용을 통해 ‘장애인이 근무하기 좋은 회사’를 발굴·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지방 및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업무수행을 통하여 지역 내 우수한 기능 장애인을 발굴·육성하여 기능 수준 향상과 고용촉진 및 안정에 기여하고 ‘기업의 장애인 인식개선을 통한 고용률 향상’을 위한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스킬업 교육과 ‘공감발전소’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광주센터가 센터의 역할을 알리기 위해 착안한 각종 공연 및 힐링콘서트가 비장애인과 함께 어우러져 문화를 향유하는데 큰 역할을 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베리어프리캠페인 콘서트) / 사진 : 광주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제공. |
거동이 불편하고 활동이 어려운 장애인근로자들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문화를 향유하는 오케스트라 공연과 힐링콘서트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힐링콘서트는 2년 전 광주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가 개최했다가 장애인근로자들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올해까지 세 번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센터가 4년 가깝게 장애인의 직업 유지활동을 지원하고 있지만 비장애인은 물론, 장애인들까지 센터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이에 센터의 역할과 기능을 널리 알려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콘서트를 착안했습니다. 오케스트라 공연 및 힐링콘서트는 장애인 근로자들이 업무 중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것은 물론,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매 회마다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전 좌석이 무료로 운영됩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해설,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좌석 제공 및 자유로운 객석 이동 허용 등 공연 접근성을 높이는 편익도 제공합니다.
지역내 각급 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한 장애인들의 권익 및 고충을 해결코자 사례공유 및 장애인 지원 협약체결에 앞장서고 있다.
장애인도 헌법에 의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고, 국가는 장애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광주센터는 최근 전북권익옹호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각급 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장애인 권익보호에 전력을 쏟고 있습니다. 장애인 권익 옹호를 위한 자문 및 공동연구,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차별, 학대 발생 시 정보 공유, 상호협력, 기관운영에 대한 상호협력, 장애인 기능 유지에 협력하는 내용입니다. 지역사회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비장애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지자체와 각급 기관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봅니다.
내담자 중심의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장애인 근로자들이 건강한 직장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마음, 잇다' 프로그램도 호응을 받고 있다는데.
심리상담 프로그램 '마음, 잇다'는 장애인 근로자의 업무 스트레스, 불안, 일상과의 균형, 건강관리 등 심리적 문제를 점검·지원하는 집단 상담 프로그램으로 장애인 근로자의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참여자에게는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 작업치료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 운영팀이 △5~10회 심리상담 비용 지원 및 지원 계획 수립 △근로자 개별 상황에 맞춘 심리상담 및 치료 △지속적인 심리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합니다.
광주센터가 장애인 근로자의 업무 스트레스, 불안, 일상과의 균형, 건강관리 등 심리적 문제를 점검·지원하는 내담자 중심의 맞춤형 프로그램 ‘마음,잇다’ 심리상담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동악포장재사업소 삼담 장면) / 사진 : 광주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제공. |
사업주는 장애인에 대한 직장 내 편견을 제거함으로써 장애인 근로자의 안정적인 근무여건을 조성하고 채용이 확대될 수 있도록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데?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차별을 하지 않음으로써 노동인권 보장이 실현되도록 하는 일환입니다. 또한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통을 통해 사업주와 근로자들이 장애인의보호와 차별금지 조치를 당연한 사회적 배려의무로서 받아 들어야 합니다.
센터장님께서는 광주센터를 운영하면서 국제노동기구(ILO)의 필라델피아 선언이 의미하는 평등한 고용 기회 제공과 근로 조건의 개선에 역점을 두고 계신다는데 필라델피아 선언이란 무엇인가.
필라델피아 선언은 전 세계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들에게 이 선언이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매우 큽니다. 이는 장애인들이 직장에서 동등한 기회를 얻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장애인 근로자들은 종종 열악한 근로 조건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라델피아 선언은 모든 노동자가 인간다운 근로 조건에서 일할 권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장애인 근로자들도 더 나은 근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되며, 건강과 안전이 보장된 속에서 지속·안정적인 직업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센터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고용지원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제도적, 정책적 측면으로 살펴보면 정신장애인은 정신건강복지법 상 정신질환자 대상의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와 장애인복지법내 장애인 자립기반과로 전달체계가 이원화돼 있습니다. 현행법으로 정신질환 당사자를 위한 직업재활서비스 인프라는 장애인직업재활서비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로 인해 정신장애인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이용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으나 장애 미등록으로 인한 서비스 이용의 한계가 있습니다.
정신질환 당사자들은 취업할 경우 근로소득으로 인해 수급권, 특히 의료급여 대상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염려로 취업활동 참여를 기피하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인 약물치료 등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에서 의료비부담이 큰 장애로 수급권자의 근로유인책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실천적 측면에서 정신장애인은 고용기회에 대한 정보 부족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해 고용기회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입니다. 취업적응상 어려움, 개인특성 고려하지 못한 직업배치, 고용후 사후서비스 연계, 사업체에서의 동료 및 상사와의 문제 등 고용이후의 적응문제가 장기근속으로 나아가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광주센터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위탁을 받아 장애인 근로자들의 권익 보호와 복지 향상을 위해 변호사 및 노무사가 직접 참여하는 노무법률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광주발달장애인훈련센터 교육 장면) / 사진 : 광주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제공. |
그렇다면 정신질환자의 고용지원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가?
그동안 정신질환 당사자들에게 취업기회가 제한되어 고용의 양적인 측면만 강조하고 질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것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습니다. 이에 당사자의 관심, 가치, 일에 대한 의미, 꿈, 능력, 자격증, 과거 경험 등과 조화를 이루어 다양한 영역의 일자리 개발과 고용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용의 소득, 생산, 인정 등의 3가지 측면을 고려하여 지원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지역사회 내 자립생활에 필요한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과 노동을 통한 유·무형의 생산성을 확인하고, 이로 인한 일의 보람과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경우 정신질환자 대상 고용지원서비스는 자율적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당사자 중심적인 고용 계획과 일자리를 연계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지역사회의 이해를 바탕으로 지원고용전문가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조율하는 통합적인 서비스로 치료와 사회통합을 이루어나가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장애인 고용 의무제도와 장애인 취업. 생활센터의 지원 등으로 지역의 관계기관 네트워크를 형성해 취업과 생활면에서 일체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외람된 질문인데 정 센터장님 자제분께서 출산 당시 의료사고로 인해 장애를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모든 장애 아우들을 친 아들처럼 여기며, 미래를 위해 남다른 열정으로 업무에 임한다고 알려져 있다. 끝으로 장애우를 가진 가족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네, 제 큰 아들이 30년 전 세상에 태어날 때 저산소증에 의한 뇌병변으로 언어장애와 신병정리를 스스로 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고 장애인 관련 정책과 사업 등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내 아이만을 위한 돌봄에 그치지 않고 그 아이가 살아갈 사회의 분위기를 올바르게 조성한다는 마음으로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박연오 기자 dnews5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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