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ㆍ전세대출 가능
인근 아파트와 2억원 차이
부동산 시장 침체

일시적 현상 의견도

서울 마포구 아현동 공덕자이 전경. / 사진 : 네이버 부동산 갈무리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미등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집주인들한테서 전화가 바로 왔어요. 하루아침에 20평대는 1억원 이상, 40평대는 3억원까지도 올리겠대요.” - 아현동 인근 중개업자 A씨.

9년 동안 ‘미등기’ 아파트로 서러움을 겪던 마포 공덕자이아파트(아현제4구역)의 법적분쟁이 해결 수순을 밟는다. 그간 불가능했던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이 가능해지면서 소유주들이 앞다퉈 아파트 매매가격을 올리는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19일 마포구는 공덕자이아파트의 이전 고시 절차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아현제4구역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과 토지 소유자 간 토지 보상금 문제를 놓고 수년간 법적 갈등이 이어졌다. 특히 토지 소유자 3명과의 보상금 분쟁이 발목을 잡으며 입주민들은 등기를 내지 못했다. 

구 관계자는 “소송전이 길어지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자 구가 나서서 2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소송을 취하하도록 하고, 보상금 합의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왔다”라고 설명했다. 구는 지난해 2월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상생위원회를 개최하고 박강수 구청장을 필두로 한 당사자 간 면담을 직접 중재해 지난해 11월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남은 토지 소유자 1명과는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해 미등기 사태가 10년째 이어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구는 지난 10월 서울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서 공덕자이 토지 소유자 1인에 대한 보상금을 결정하는 수용재결 심의 절차를 진행하도록 했다.

수용재결 심의란 주택건설 등 공익사업 추진 시 토지 등 소유자와 원만한 매수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을 때 일정 수용보상금을 제시하고 사업 시행자가 토지 등 소유권을 넘겨받는 제도다.

구 관계자는 “마침내 1인의 토지 소유자가 위원회의 보상금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하지 않으면서, 조합이 사업구역 내 모든 토지의 수용을 마쳐 이전고시를 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전고시를 통해 향후 구는 후속 행정절차인 건축물대장 생성을 진행할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8일 마포구청 중회의실에서 공덕자이아파트 등기를 위한 합의서 체결이 진행되는 모습. / 사진 : 마포구청 제공

이로써 공덕자이 소유주 1164가구에 숨통이 트였다. 그동안 소유주들은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기관 대출 이용이 어려웠다. 일반분양 매물은 전세자금대출도 받지 못해 반전세 또는 월세만 가능한 상황이었다.

구 관계자는 “이번 갈등 해결로 약 1조5600억원에 달하는 소유주들의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졌다”라고 강조했다.

공덕자이 미등기 사태 종결에 따라 매매가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간 공덕자이 시세는 대출과 소유권 등 복잡한 문제가 산재돼 있어 인근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태였다.

이날 아현동 중개업자 A씨는 “현재 46평형 물건이 22억에서 24억, 25억까지 올리겠다고 집주인들의 전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그동안 대출도 못 받아 인근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2억원 정도 차이가 났는데, 그걸 회복해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아현동 중개업자 B씨는 “부동산 시장이 어려운 만큼, 이 틈을 타 가격을 올리지 않고 급매로 팔려는 소유주들도 있다”라며 “잠깐은 등기 문제가 해결돼 반짝할 수 있지만, 매물이 쌓이다 보면 결국 다시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도 크다”라고 내다봤다.

박호수 기자 lake8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