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된 5선의 권영세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5선 중진인 권영세 의원이 24일 지명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열흘만, 한동훈 전 대표가 사퇴한 지 8일 만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영세 의원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지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총에서 박수로 권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인했다.
권성동 권한대행은 “새 비대위는 국정 안정과 당 화합과 변화라는 중책을 맡아야 한다. 어느 때보다 풍부한 경험과 즉시 투입 가능한 전력이 필요하다”며 “권 후보는 수도권 5선 국회의원으로 실력과 통합 리더십을 인정받아 정부와 당의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권 비대위원장 지명에 반대 의견은 없었냐’는 질문에 “의원들이 제 결정을 전폭적으로 신뢰해줘서 별다른 말씀이 없었다”고 답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 지명자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당이 안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쇄신이 이뤄질 수가 없다”며 “안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당의 단합인데 단합이 안 되고 그래서 당이 안정이 안 된 상태에서 어떻게 당을 바꿀 수가 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의 화합, 안정과 쇄신은 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비대위가 조기 대선 준비위원회 성격이냐는 물음엔 “거기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하고 있다”며 “아직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이 나오지도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기 대선을 전제로 이상한 결정을 내렸다가 번복한 일이 있지 않냐”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지금은 대선을 생각할 때는 아니고 당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해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무슨 일을 해야 될지 고민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원 구성 기조에 대해선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로써 한동훈 전 대표 사퇴 8일 만에 국민의힘은 새 지도부를 갖추게 됐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라 당 대표 권한대행의 지명을 받은 비대위원장은 전국위원회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 전국위원회 및 상임전국위원회 소집 등을 거쳐 이번주 중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 선임은 마무리될 예정이다.
권 비대위원장 지명자는 ‘범친윤계’로 분류되지만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만한 인품으로 당내 반대 세력도 적은 편이다. 이에 권 대행이 비대위원장 후보를 수렴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권영세 의원을 적임자로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의원은 새누리당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을 맡았으며, 박근혜 정부에서 주중대사를,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2021년 윤석열 대통령 선대위 선대본부장 등 선거 경험도 풍부하다.
다만 ‘친윤’ 인사란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권 의원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대학 선배이자, 윤 대통령과 같은 검사 출신이다.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도 일했었다. 권 대행에 이어 비대위원장도 권 의원이 맡게 되면서 ‘도로 친윤당’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권 의원은 12ㆍ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당을 수습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하면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을 결정할 경우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등 조기 대선 정국 관리 책임도 맡게 된다.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향후 정국 안정과 수습도 정부와 함께 맡아야 한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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