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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적과의 동침'으로 이커머스 판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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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2-27 10:49:20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신세계가 격변하는 이커머스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적과의 동침’을 택했다. 한국 이커머스를 위협했던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동행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6일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 인터내셔널과 조인트벤처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두 회사는 5 대 5의 비율로 출자한다. 신세계그룹은 G마켓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업계에선 조인트벤처에 대한 기업가치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설립되는 합작법인에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알리)가 자회사로 편입된다. 플랫폼은 지금과 똑같이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 6월 G마켓 신임 대표이사에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영입했다. 정 대표는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이번 결정으로 정 대표 영입이 알리와 동맹을 위한 포석이었단 분석도 나온다.

G마켓 화면./사진=G마켓


◆ G마켓 위한 승부수일까

신세계그룹의 이번 결정은 재편되고 있는 이커머스업계의 판을 흔들기 위함으로 보인다. 신세계가 국내에서 다진 유통 네트워크와 알리바바의 자금력이 합쳐지면 티메프 사태 이후 쿠팡과 네이버 ‘2강 체제’가 굳어지는 것 같았던 흐름에 균열이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키머스 구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밀려나고 있었던 G마켓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G마켓은 2021년 신세계그룹에게 인수된 뒤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며 신세계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지난 2021년 16조원이었던 G마켓의 총 거래액(GMV)은 올해 13조원으로 떨어졌다. 2021년 100억원이었던 영업적자는 올해 575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원조로 꼽히는 역직구 분야에서도 G마켓은 독보적인 위치를 잡지 못하고 있다. G마켓은 ‘글로벌샵’ 등을 선보이며 K-콘텐츠 인기로 규모가 커진 역직구 시장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11번가와 쿠팡 등 후발주자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에 입지를 굳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세계는 알리의 넓은 해외 판매망을 적극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의 플랫폼을 활용하면 전세계 50여개 국가, 200여개 지역에 상품을 소개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 진출을 원하는 G마켓 셀러(판매자)는 별도의 절차 없이 기존 G마켓에 등록한 상품을 바로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글로벌 플랫폼에 자동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 셀러가 직접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에 상품을 등록하는 대신 G마켓을 통해 바로 글로벌 플랫폼으로 진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합작법인 설립을 마무리하고 IT 시스템 개발을 끝내는 내년 상반기 중 본격적으로 상품을 운영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G마켓과 거래하고 있는 60여만 셀러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기존 셀러가 글로벌 플랫폼에 보다 쉽게 입점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상 부담을 더는 것도 신세계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한화투자증권은 “G마켓이 연결 실적에서 빠지게 된다면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유통시장에서 잠재적인 우려 요인이었던 C-커머스 침투율 증가의 수혜를 이마트가 향유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알리익스프레스 내 K-베뉴 화면./사진=알리익스프레스


◆ 알리의 위치, 약될까 독될까

이번 결정은 알리익스프레스에게도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알리는 한국 진출 이후 업계에서 한때 월간활성이용자수(MAU) 2위까지 올라가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거래액은 아직 적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알리 앱 신규 설치 건수는 658만건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중국 플랫폼 테무(1804만건)와 합치면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설치한 셈이다. 그러나 알리의 카드 결제금액 점유율은 3.4%에 불과하다.

이는 알리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 자체가 낮은 데다 호기심에 한 번씩 알리에서 물건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이 평가를 마치고 기존에 자신이 사용하던 플랫폼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알리가 충성고객층이 두터운 뷰티와 패션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한국 진출 초기 중국 상품 판매가 목적이었던 알리는 최근 국내 셀러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한국 상품으로 글로벌 소싱을 본격화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같은 알리의 위치가 신세계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조인트벤처의 국내 GMV 규모는 상위 2개 업체보다 많이 낮은 수준이고, 배송 편의 측면에서도 서비스 격차가 존재한다”며 “상위 업체의 시장 지배력을 위협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고 봤다.

두 회사의 동침에 대한 걱정도 있다. 중국 자본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과 알리의 저품질 논란이 신세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한화투자증권은 “소비자들은 중국으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 민감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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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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