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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철근가공 700종…인건비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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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2-30 06:00:47   폰트크기 변경      
충북 진천 금문철강 철근가공공장

10분이던 선적작업 1시간 이상 걸려

기한 맞추려 작업자 초과근무 불가피

가공단가, 표준단가 크게 밑돌아 문제

“복잡가공에 대한 적절한 보상 필요”


충북 진천에 있는 금문철강 철근 가공공장. /사진: 서용원 기자 anton@


[대한경제=서용원 기자]“건설현장 한곳에서 27t 분량의 철근 가공을 주문했는데, 가공 종류는 무려 700개에 달합니다.”

지난 27일 충북 진천 소재 금문철강 공장에선 철근 가공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자가 가공설비에 값을 설정하고 철근을 투입하면, 설비가 입력된 수치대로 철근을 절단하는 식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절단된 철근을 구부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일견 다른 제조업과 비슷하다. 그러나 수치를 한번 입력하고 대량 생산하는 일반 제조업과 달리, 가공공장은 종류에 따라 일일이 수치를 재입력해야 한다. 그게 무려 700건이라면, 사실상 ‘수작업’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금문철강 관계자가 철근 가공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용원 기자 anton@



공장 관계자는 “최근 들어 건설현장의 업무를 줄이기 위해 1㎝ 단위까지 복잡가공(정밀가공)을 주문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면서, “이로 인해 가공 작업도 그렇지만 가공이 끝난 철근을 트럭에 싣는 과정에서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복잡가공된 철근이 많을수록 차례대로 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25t 트럭 기준 10분이면 끝났던 선적 작업이 이제는 1시간을 훌쩍 넘긴다는 설명이다.


사진: 서용원기자 anton@ 



실제 한국철근가공협동조합이 지난해 건설사들의 철근 복잡가공 현황을 조사한 결과, 아파트 1개층에 들어가는 가공철근의 평균 태그(표식) 수는 524개로 집계됐다. 1개층을 건설하는데 524개의 철근 형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공장 사무실 벽에는 길이ㆍ모양 등으로 철근을 구별하는 다양한 색깔과 기호의 태그가 빼곡했다. 어림잡아 수백개는 거뜬해 보였다.


금문철강 사무실에 마련된 철근 태그 700여종. 철근 길이와 모양 등에 따라 적절한 태그를 붙여 현장에 납품한다. /사진: 서용원 기자 anton@



같은 물량을 1㎝ 단위까지 잘게 가공하려면 투입인력 및 인건비는 올라갈 수밖에 없고, 이는 경영부담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금문철강 관계자는 “최근 복잡가공 주문이 늘어 생산효율이 이전 대비 15% 감소했다”며, “기한을 맞추려면 작업자들의 특근이나 초과근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그만큼 인건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매출은 줄어든 반면, 현실의 철근 가공단가는 2021년부터 t당 5만8000원으로 동결된 상태다. 건설사 입장에선 원가절감을 위해 복잡가공 주문을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비용은 가공업체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이다.


철근 길이와 형태에 따라 태그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 서용원 기자 anton@



그나마 금문철강과 같은 대형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금문철강 관계자는 “중소 가공사들은 생산효율이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건설사를 탓하기만도 힘들다. 건설경기 침체로 생존의 갈림길에 선 건설사 역시 원가절감은 지상과제다. 복잡가공으로 주문하면 가공 후 버려지는 자투리 철근을 아낄 수 있다.

문제는 실제 가공단가가 표준단가를 훨씬 하회한다는 점이다. 가공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표준단가 밑으로 견적을 받아 작업을 하더라도 자투리 철근을 팔아 어느 정도의 손실을 메웠는데, 복잡가공 주문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고스란히 손실로 반영된다”면서, “수요자가 표준단가만 지켜준다면 복잡가공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올해 철근 가공 표준단가는 t당 7만1000원(건축용)이다. 가공업체로서는 표준단가 대비 18.3% 싸게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철근가공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제17조)’에 따르면 태그 수가 일정 수량을 초과하면 원사업자(건설사)가 추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지만 권고에 그쳐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고 있다.

금문철강 관계자는 “철근 가공은 건설현장이 아닌 공장에서 이뤄지는 만큼, 건설사나 제강사에서 가공업계의 고충을 이해하진 못한다. 그러나 경영압박을 받는 가공업체들이 줄도산할 경우 건설현장에 피해가 갈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상생을 위해 표준단가를 지급하거나, 복잡가공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주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용원 기자 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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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술부
서용원 기자
anton@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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