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탄핵 정국에 1486원 돌파…15년만 최고치
10원 오르면 환손실 수백억∼수천억원
추가 요금인상 난망…“정치적 불확실성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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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안정된 상황에서 누적 부채를 해소할 절호의 기회였는데, 환율이 너무 많이 올랐다.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부채가 오히려 더 늘어날 수도 있다.”(에너지 공기업 관계자)
12ㆍ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원ㆍ달러 환율을 급격하게 끌어올리면서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수입하는 에너지공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누적된 부채를 해소하기 위한 추가 요금인상이 필요한 상황에서 환율 급등으로 오히려 원가부담 요인까지 발생한 까닭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1401원이었던 원ㆍ달러 환율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27일 1486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1480원대 후반까지 뛴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16일(1488원)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환율 급등은 외국산 에너지원에 의존하는 에너지공기업에 치명타다. 한국가스공사는 국내 LNG 수입량의 약 80%를 책임지고 있는데,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200억원의 환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 또한 LNG 등 수입비용이 증가하면 발전단가가 올라가고, 환율 10원당 2000억원 이상의 비용 부담이 생긴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에너지원의 현지 구매가격, 수입량과 별개로 환율 상승 폭이 워낙 큰 상황이라 전체 구매비용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환율이 조만간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 이때는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올 3분기까지 누적 5조94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부채는 여전히 204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이자 비용만 4조5000억원 규모로, 이자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가스공사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난 8월 가스요금 인상 등을 통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조8270억원을 달성했지만, 민수용 미수금은 13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수금은 그동안 원가 이하로 공급한 가스 판매로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다.
환율 급등으로 늘어난 원가 부담을 해소하려면 에너지요금을 인상해야 하지만, 이 또한 기대하기 쉽지 않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 체제에서 요금 인상 결정을 내리기 어렵고, 내수 경기 침체 등 경제 상황도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낮게 유지된 에너지요금을 올 하반기 그나마 정상화했는데, 환율 상승으로 인상 효과가 무색하게 됐다”며, “더 큰 문제는 고환율이 얼마나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소해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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