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도래지 인근 …“안전 대책 절실”
무안공항 근처에 서식중인 철새들. / 사진 : 연합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이번 사고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버드 스트라이크’, 조류 충돌은 국내에서 5년 반 동안 무려 620건이 넘게 일어났다. 전 세계적으로도 조류 충돌은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제1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9일 제주항공 항공기 사고가 일어난 전남 무안공항이 철새 도래지 인근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공항을 꼭 이곳에 지어야 했느냐는 의문과 함께 사고 예방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무안공항 주변에는 현경면ㆍ운남면, 무안ㆍ목포 해안, 무안저수지 등 철새 도래지 3곳이 존재한다. 그런데 국내 대표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은 철새 도래지인 갯벌을 간척해 건설했다. 김포국제공항이나 김해국제공항도 철새 도래지 주변이긴 마찬가지다.
이유는 공항의 최적 입지 요건 중 하나가 소음 피해가 최소화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교수는 “공항은 보통 주거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지어지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주로 바닷가에 지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기후변화 영향에 따른 철새의 텃새화, 출몰 시기와 조류종의 변화로 조류 충돌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등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년 6개월간 국내 공항에서는 조류 충돌이 623건 발생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은 2019년부터 2024년 8월 말까지 모두 10건의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했다. 발생건수는 14개 공항 중 9번째지만 이 기간 무안공항에서 이착륙한 항공기가 1만1004편인 점을 반영하면 발생률은 0.09%로, 14개 공항 중 가장 높다.
가장 많은 조류 충돌이 발생한 건 김해공항이었다. 올해 8월까지 김해공항 운항평수는 총 42만7000여편이었는데 조류 충돌은 147건이 발생했다.
공항들은 다양한 조류 충돌 예방활동을 하고 있다. 전문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거나 전담 인원을 투입하고 조류 서식 환경을 관리한다. 또 총포ㆍ폭음경보기, 음파퇴치기 등을 활용한다. 조류 퇴치팀인 일명 ‘배트’(BAT : Bird Alert Team)도 운용한다.
그러나 인천공항과 같은 대형공항은 별도의 야생동물 통제대 인원을 20명 이상 규모로 운영하는 것과 달리 지방공항은 충분한 인력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항공사에 따르면 김포공항은 23명, 제주공항은 20명, 김해공항은 16명의 조류 퇴치 전담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반면 사고가 일어난 무안공항은 총 4명으로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하위권이다. 이마저도 1인3교대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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