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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 고려아연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최윤범 회장 측이 꺼내든 ‘집중투표제’ 카드가 변수로 거론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고려아연 지분 1.63%를 보유한 유미개발이 주주제한 형식으로 제안한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주식 1주당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10명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주식 1주당 10개의 의결권이 생기며, 이를 특정 이사 후보 한 명에게 집중할 수 있다. 현재처럼 후보 한 명당 한 표씩 행사하는 방식과 달리, 소수주주들도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는 셈이다.
최 회장의 이러한 전략은 ‘3%룰’과 맞물려 영풍ㆍMBK파트너스 연합을 견제하는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상법에 따르면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시 3%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영풍 25.42%, MBK의 특수목적회사(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 7.82%, 장형진 고문 3.49% 등으로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는 영풍ㆍMBK 측은 의결권이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반면 최 회장 측 우호지분은 상대적으로 분산돼 있어 영향이 적다.
이에 영풍ㆍMBK 측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더라도 이를 활용한 이사 선임은 다음 주총부터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30일엔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방식 이사선임 의안상정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최대주주의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권 등을 침해한다는 주장에서다. 이들은 난 10월 단순투표 방식으로 이사 14인을 선임하는 안건을 청구했으나, 최 회장 측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이를 무력화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 임시주주총회 주주제안 마감일에 임박해 기습적으로 제안이 이뤄져, 국민연금을 비롯한 다른 주주들이 집중투표제 하에서의 이사 후보 추천 기회를 잃었다고 부연했다.
고려아연은 곧장 반박문을 내고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 보호 장치이자 권한 강화를 위한 대표적 제도”라며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조건부 집중투표제 청구는 합법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중투표제와 함께 소수주주보호 규정 신설, 분기배당 도입, 발행주식 액면분할, 이사 수 상한 설정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획기적 방안들을 준비했다”며 “현 경영진의 기득권을 내려놓더라도 진정한 주주 권익 보호에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고려아연은 이사 수를 최대 19명으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안도 함께 상정했다. 현재 13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영풍ㆍMBK 연합이 신규 이사 14명을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현 이사진 중 장형진 고문을 제외한 12명이 최 회장 측 인사라는 점에서, 이사 수 제한과 집중투표제가 결합하면 영풍ㆍMBK 연합의 이사회 장악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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