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전기차,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SDV)로 자동차 산업이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혁신의 최전방에 테슬라가 있다. 테슬라는 제조품질에 대한 우려를 소프트웨어 기술로 상쇄하며 SDV의 시작을 알렸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로 구형 모델도 최신 성능을 유지하게 하고, 지난해 인공지능(AI)에만 100억달러(약 14조원)를 투자하며 미래를 준비한다. 소프트웨어를 넘어 제조도 혁신 중이다. 기가캐스팅과 언박스드 공정 같은 혁신적 제조기술로 원가를 낮추고 수익성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모델Y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로 만들었다. 내년 생산 예정인 사이버캡(로보택시)에는 차량을 모듈ㆍ블록 단위로 단순화해 조립하는 언박스드 공정을 도입해 제조비용을 대폭 낮춘다는 계획이다. 단순화된 공정에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투입될 수 있다.
중국의 추격은 더 위협적이다. BYD(비야디)를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은 방대한 내수시장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압축성장했다.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기술은 이미 선진국을 앞섰다는 평가다.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가격경쟁력까지 갖추면서 글로벌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비야디의 R&D 인력은 10만명에 달한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혁신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SDV와 SDF(소프트웨어 중심 공장) 등 청사진은 제시했지만 구체화된 내용이 부족하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격차도 여전하다. 포티투닷 설립과 싱가포르 혁신기지 구축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기존 공장과 조직이라는 레거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이 현대차 생존의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본다. 이 기간에 테슬라와 중국의 혁신을 따라잡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경고다. 원가절감, 인재 확보,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라는 과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
현대차의 위기는 곧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도 필요하다. 올 한해도 숨가쁘게 움직일 자동차 업계에 유의미한 변화를 기대해 본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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