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심화영 기자] 2024년의 마지막 날, 우리는 다시 한번 역사의 격랑 속에 서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안공항에서 사투를 벌였을 기장에게 전한 유족의 편지를 읽으며 글을 쓰자니 안타까움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많은 것이 혼란 속에 있지만, 어김없이 2025년을 맞고 새해 각오를 다질 때다.
2025년, ICT 업계는 새로운 희망의 닻을 올린다. 지난달 26일 국회를 통과한 ‘AI기본법’은 안개 속을 헤매던 국내 AI 산업에 방향키를 제시했다. 유럽연합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제정된 이 법은, 우리나라가 AI 시대의 선두주자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 새로운 서막이 과연 축복일지, 아니면 재앙의 시작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AI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교수의 경고는 무겁게 다가온다. 그는 향후 30년 내 인류가 AI로 인해 멸종할 가능성을 10~20%로 점쳤다. “인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우리보다 지능 높은 존재를 대면한 적이 없다”는 그의 말은, 우리가 직면한 도전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낸다.
지난달 31일 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경제연구원은 ‘산업을 가로막는 진흥법: AI 기본법의 역설’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국내 AI산업 진흥을 위해 AI기본법이 제정됐지만, 규제 모호성으로 규제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고영향 AI’를 사람의 생명, 신체 안전,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를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기술 개발 초기 규제 대상이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단 것이다.
‘생성형 AI’가 지난 한 해 세계 ICT시장을 휩쓸었지만, 현재 AI 기술 발전은 상당히 초기 단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시간 통역이 가능하고 질문에 답을 내는 속도도 상당히 빠르지만, 정교하지 못한 부분이 많고 추론 능력은 매우 떨어진다. 따라서 AI기본법 시행 전 유예기간인 올해는, 초기 AI 도입단계에서 아주 중요하다. 이 시간 우리는 AI기본법의 모호한 부분을 명확히 하고, 규제와 진흥의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인인 한 물리학도는 지난해 은근히 테크기자의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했던 ‘양자역학’의 바라봄의 법칙을 전해왔다. 세상 모든 물질의 기본 입자인 소립자는 평소 파동으로 존재하다가 관찰자의 관찰 행위에 영향을 받아 입자의 활동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를 대하는 관점과 태도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진다.
유발 하라리는 ‘넥서스’에서 정보와 AI가 인류 문명에 미치는 근본적 변화를 분석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이를 현명하게 다룰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 맹목적인 기술 숭배나 비관적인 기술 혐오가 아닌 조화를 이루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AI 자체가 입자를 바꿀 ‘에너지’를 갖진 않지만, 우리의 인사이트와 아이디어로 AI를 인류 도약의 도구로 발전시킬 수 있다.
2025년, 우리는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AI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이 시대를 어떻게 써내려갈지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냉철한 판단력과 따뜻한 인간성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AI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