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금값 항배도 관심
정치 불안 종식 시기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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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대한경제 |
[대한경제=권해석 기자]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과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맞물리면서 자산시장도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다. 금리하락과 강달러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경기 둔화 속도와 탄핵 국면의 종식 시기 등에 따라 자산시장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하 지속
올해 자산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금리다. 돈의 가치를 나타내는 금리 수준에 따라 주식과 채권, 가상자산, 금 등의 자산 가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금리 인하 추이가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금리를 2차례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한국은행도 금리인하 방침을 세운 상태다.
통상 금리가 내려가면 주식 등 자산 시장은 활기를 띠게 된다. 은행에 묶여 있는 자금이 시장으로 흘러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경기 둔화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가 자산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짙어지는 경기둔화 그늘
올해 우리나라 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것은 증시에는 악재다. 성장률이 내려간다는 것은 기업의 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 투자 매력도가 내려갈 수 있다는 의미여서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은 대외 조건에 따라 실제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성장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는 이익이 나는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 사이에 투자금 유입의 차이가 극명해질 수 있다. 같은 업종 내에서도 이익 여부에 따라 주가 향배가 엇갈릴 공산이 크다.
◆트럼프 2기 출범
경기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이달 20일 출범하는 미 트럼프 2기 행정부다. 트럼프가 쏟아낼 것으로 예상되는 보편관세와 반이민 등의 정책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효과가 기대되는 자산으로 돈이 이동하는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는 국내 증시를 떠나 미국 증시로 향하는 서학개미의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다.
그렇다고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 경제에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보호무역주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 있다. 경기 전망도 좋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해 2.8%로 예상되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2.2%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부진 신호 속에 높아진 물가 압력을 미국 증시의 조정 신호로 볼 여지도 있다.
◆금값 고공행진 지속될까
미국의 경기둔화 가능성은 안전자산인 금값의 주목도를 다시 높일 수 있다. 작년 초 온스당 2000달러 수준이던 금값이 2780달러를 넘을 정도로 가파른 상승폭을 보였다. 올해도 금값의 우상향 곡선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금리인하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도 금값 상승을 점치는 요인이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불안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값의 상승 동력이 작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가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 경우 금으로 향하는 투자수요가 비트코인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정치 불안 해소도 변수
국내적으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사태로 촉발된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 시점도 중요하다. 정치 불안으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이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사를 보면, 해외 주요 IB(투자은행)은 전망한 올해 1분기 원달러 환율 평균값은 1433원이다. 3분기에는 1445원까지 높아지고, 일부 IB는 1500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고환율이 예상되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원화 자산을 서둘러 팔아치울 수 있다. 물론 정치 불안이 해소되면 환율 안정은 물론 정부가 본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시기가 됐다는 점에서 국내 자산시장의 상승 동력이 될 수 있다.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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