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운 “6일까지 집행, 적법한 절차”
尹측 “수사권 없어 헌법 권한 침해”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12ㆍ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언제쯤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 신병 확보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윤 대통령 측에서 체포영장 발부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제 영장 집행 과정은 물론 체포 이후 절차도 순탄치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후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대국민담화에 나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제공 |
오동운 공수처장은 1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원칙에 따라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오는 6일까지 집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전날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발부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와 영장 발부는 헌정사상 이번이 처음으로, 영장의 유효기간은 오는 6일까지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는 경우 수사기관이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공수처는 앞서 지난달 18일과 25일, 29일 등 세 차례 윤 대통령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이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 청구에 나섰다. 통상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3차례가량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수순을 밟는다.
신병이 확보되면 윤 대통령은 과천정부청사에 있는 공수처에서 조사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이송돼 구금될 것으로 보인다.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오 처장은 “공조수사본부 차원에서 협의하고 있고 기한 내에 집행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체포 이후 구속수사 여부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은 조사가 이뤄진 다음에 공조수사본부 차원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체포영장 집행은 사실상 구속영장 청구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아직까지 윤 대통령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수처의 출석요구서 수령조차 계속 거부하던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이 청구되자 그제서야 변호인 선임서를 제출하는 등 공식적인 대응에 나섰다. 형사소송법상 체포한 피의자를 구속하려면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피의자를 풀어줘야 한다.
윤 대통령이 아직 현직 대통령 신분인 만큼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대통령 경호처나 지지자들과 충돌할 우려도 있다.
공수처는 전날 경호처에 ‘영장 집행 방해는 직권남용과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와 함께 영장 집행에 협조하라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바리케이드와 철문 등을 잠그고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는 것 자체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는 게 공수처의 입장이다.
오 처장은 “(체포영장 집행이) 큰 소요 없이 진행되기를 바란다”며 “다만 그런 사태에 대비해 경찰 인력을 동원하기 위해 협조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직 (경호처로부터) 특별히 협조 요청이 없는 상태”라면서도 “반대가 있더라도 저희는 적법한 절차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는 물론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도 문제 삼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전날 체포영장 발부에 불복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권이 공수처에 없는데도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해 헌법상 권한을 침해했다는 게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이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의 권한 범위에 대한 다툼이 있을 때 청구하는 헌법소송이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 권한이 없는 기관에서 청구한 영장이 발부됐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영장 자체가 불법 무효”라며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수사를 피할 이유도, 지연할 의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적법한 권한을 가진 수사기관에서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한다면 그에 따르겠다는 게 윤 대통령 측의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적법한 수사권을 가진 기관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는 “그걸 우리가 제시할 수는 없다”며 답변을 피하고 있다.
게다가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 발부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영장을 발부한 판사에 대한 징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도 없는 공수처가 관할까지 옮겨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데다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위법한 행위를 했다”며 “대법원은 신속히 진상조사를 해 즉각 (체포영장을 발부한) 영장담당판사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색영장에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 적용의 예외로 한다’는 문구가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110조ㆍ111조는 군사상ㆍ공무상 비밀을 압수수색하려면 책임자 등의 승낙이 필요하다고 규정하는 동시에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공수처는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로 내란죄 수사권 논란이 정리됐다는 입장이다. 오 처장은 윤 대통령 측의 주장에 대해 “직권남용과 내란죄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적법한 체포ㆍ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며 “수사권에 대한 논의는 법원의 결정으로 종식됐다”고 선을 그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총장까지 지낸 윤 대통령이 ‘시간끌기’로 일관하며 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과 여론전을 모두 동원해 수사를 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고검장을 지낸 A변호사는 “국가를 대혼란에 빠트린 장본인이 이제는 국가의 형사사법시스템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공정과 상식, 법치주의를 부르짖던 사람은 어디로 갔느냐. 쫄보(겁쟁이를 낮춰 부르는 말)도 이런 쫄보가 없다”고 비난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