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신청에 따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및 수색영장을 발부하였다. 그런데 그 영장에는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제111조의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문구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항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이며, 제2항은 ‘전항의 책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제111조 제1항은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관하여는 본인 또는 그 당해 공무소가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공무소 또는 당해 감독관공서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이며, 제2항은 ‘소속공무소 또는 당해 감독관공서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형사소송법 조항들은 ‘군사상 비밀 등의 보호’라는 공익적 요청을 위해 압수⋅수색을 제한하는 것이며, 그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가 아닌 한 해당 책임자 등은 승낙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런데 영장을 발부한 판사가 영장에 표시한 문구만으로, 별도의 법률적 근거 없이 이러한 법률규정의 효력을 임의로 배제할 수 있는 것일까?
이는 일차적으로 삼권분립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서 위헌이다.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입법과 집행, 사법은 각기 독립적이며, 각각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입법, 집행, 사법은 각자의 역할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되, 유기적으로 협력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법률이 만들어지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집행이 이루어지며, 사법 역시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이라는 헌법상의 제도를 거치지 않고, 입법의 효력을 무시하거나 무력화하는 것은 삼권분립 위반이며, 사법작용의 월권이 된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관의 영장 발부도 재판이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하는 것이지, 법률 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법률 우위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통해 더욱 분명해진다. 법치주의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요소의 하나가 (헌법의 우위를 전제로 한) 법률 우위의 원칙이다. 집행과 사법은 위헌이 아닌 한 법률에 따라야 하며, 위헌의 의심이 있을 경우에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집행에서 법률의 효력을 임의로 배제할 수 있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필요할 때마다 법률의 효력을 배제함으로써 법률 위반 사태는 원천적으로 발생할 수 없을 것이다. 예컨대 윤 대통령의 계엄법 위반 사태도 계엄법의 효력을 배제함으로써 간단하게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법에서도 법률의 효력을 임의로 배제할 수 있다면, 법관의 임의적 판단에 따라 재판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결국 헌법 제103조는 무의미해질 것이고, 모든 법관이 각자의 기준으로 재판하게 된 결과는 사법의 카오스일 것이다.
재판이 아닌, 영장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영장의 발부 방식, 조건 등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 영장으로 법률을 배제하는 것은 비상계엄 선포로 헌법의 효력을 정지시키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영장 발부가 법률을 뛰어넘는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 측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영장의 불법성을 강조하면서 영장집행을 거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영장의 불법성을 강조하되, 체포영장에 따라 법집행에 순응하는 것이다.
전자는 나중의 법적 판단을 기대할 수 있으나 영장의 불법성이 확인되기 이전에는 여러 가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후자는 당당하게 수사와 재판에 임하는 모습이 될 것이나, 당장의 불편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경호처에서 영장집행을 방해할 경우에는 공무집행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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