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블랙박스는 미국행
현장 유품 등 디지털 포렌식
147명 DNA 대조…희생자 첫 영면도
사고 여객기에서 수거한 음성기록장치(CVR). / 사진 : 국토교통부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닷새째인 2일 경찰이 사고가 난 무안공항을 비롯해 관련 기관에 대한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섰다.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해 수사본부를 꾸린 전남경찰청 형사기동1계는 이날 오전부터 무안공항, 부산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 3곳에 수사관 30여 명을 보내 동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압수수색은 179명이 숨진 제주공항 여객기 참사의 사고 원인 규명을 비롯해 형사상 책임 파악을 위해 필요한 증거물 확보 차원이다. 현재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사람은 없다.
경찰은 여객기 사고 직전 10여 분 동안 관제탑과 조종사가 주고받은 교신 내용과 활주로 인근에 설치된 구조물(로컬라이저) 적절성, 사고기 정비 이력 등을 위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다만 참사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7C2216) 사고 원인 규명의 핵심인 블랙박스 비행기록장치(FDR)가 미국으로 이송해 분석하기로 하면서 분석과 그에 따른 수사도 그만큼 길어질 전망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되기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
아울러 이날 여객기 참사 사고 현장에서 수사관들은 파손 등을 이유로 소유자 확인이 어려운 400여 개의 유류품 중 일부 전자기기에 대한 추가 수색 작업도 병행 중이다.
추후 유가족 동의를 구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하고, 이를 통해 사고 직전 사고기 내 상황을 추정하는 단서 등을 발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물을 분석하고, 참고인 진술, 목격자 증언 등을 두루 검토하며 범죄 혐의점을 따져 수사 과정에서 엄중히 책임자를 가린다. 수사 경과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도 나올 전망이다.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 / 사진 : 전남 무안소방서 |
명규재 전남경찰청 형사기동1계장은 “사고 원인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증ㆍ검토하고 있다. 사고에 이르게 된 인과관계에 과실이나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책임자를 가려내 형사처벌할 수도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하게 이번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밝혀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2차 가해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지에 유가족에 대한 유언비어ㆍ악의적인 모방 댓글을 올리는 등의 4건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중 모니터링을 통해 125건의 게시물을 삭제ㆍ차단 조처했다.
한편, 사고 발생 닷새째인 이날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시신이 수습된 희생자들은 비교적 다른 희생자들보다 이르게 장례 절차가 시작됐다. 발인을 마친 희생자를 포함해 총 24명의 희생자가 가족으로 품으로 돌아갔다.
정부는 미처 장례 절차를 시작하지 못한 유가족들에 대한 지원도 논의 중이다.
현재까지 희생자 179명의 신원이 모두 확인됐고, 훼손된 신체 부위의 주인을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정보(DNA) 분석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 147명에 대한 DNA 대조 분석이 마무리됐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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