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기능...사후관리 등 손해 지적
글로벌시장 공략 활용 '어불성설'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공사비가 부족해 경쟁 구도를 형성하지 못한 기술형입찰이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면 과연 국가에 이익일까.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시설물의 최종 품질과 기능, 사후 유지관리 측면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손해라고 진단했다.
현재 수의계약을 진행 중인 A사 관계자는 “수의계약은 설계심의 대신 설계적정성심사를 받게 되는데 수요기관도 이 업체와 꼭 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심사 기준이 상당히 낮다. 최소 점수만 맞추면 되는 식”이라며, “당연히 경쟁할 때보다 설계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애초에 공사비가 부족해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것이어서 설계에 큰 품을 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B사 임원은 “최근 진행되는 수의계약의 핵심은 설계 과정에서 공사 물량 및 스펙을 축소해 공사 실행률을 맞추는 것”이라며, “건축공사야 아쉬운 대로 그럴 수 있지만, 토목공사는 기능 축소가 자칫 국민 삶의 질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토목공사 수의계약을 기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의계약을 진행 중인 건설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최근 진행되는 대형 국책사업은 최적보다 최소기준을 지향하며 진행되고 있다. 경쟁을 통해 상대 건설사의 설계 스펙을 압도하거나, 사용자 편의성을 증대하기 위한 고민은 실종된 지 오래고, 이 사업을 통해 쌓은 경험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력하겠다는 전략도 부재하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기술형입찰의 유찰률이 갑자기 늘어나 국책사업이 중단되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수의계약 전환을 유연하게 하라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따지고 보면 수의계약은 유찰의 해답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왜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았는지를 살피고 근본적 제도 개선이 이뤄졌어야 했는데 상황을 끌다 보니 산업 경쟁력 약화 등의 불안요소만 커졌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에 대한 평가도 우호적이지 않다. 당장 공사원가 산정 체제를 뜯어고칠 수 있는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복남 서울대 교수는 “과거 1997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주택사업 활성화 정책을 펼 때 보였던 절실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대책”이라며, “국내 경제를 포함해 건설경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단기간 회복이 어려운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는 다급함이라곤 없다. 1회성 연구보고서용 정책이 될까 걱정”이라고 진단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