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퇴근길 50분 이상 단축
경기 서북부 시민의 삶의 질 ‘업’
“퇴근 후 서울 맛집 탐방” 인증
“부동산 호재 없어 …집값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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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6일 서울역에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A를 이용하고 있는 승객들. / 사진 : 안윤수 기자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집이 파주라고 하면 ‘북한이랑 더 가깝지 않아?’라는 말을 듣기 일쑤였죠. 그런데 무려 21분 만에 서울역에 오다니 이제 설움 끝났구나 싶어요.”
지난 6일 서울역에서 만난 직장인 최해인(30)씨는 “매일 출퇴근길이 50분 이상 단축됐다”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평소 M버스(광역급행버스)를 타고 파주 운정에서 용산까지 1시간30분 이상 걸리던 아침 출근길이 GTX-A 개통 이후부터는 40분이 채 걸리지 않게 되었다”라며 “서울에 살지 않아도 서울에 사는 경험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파주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이 지난달 28일 운행을 시작한 지 10일 차다. 최고 시속 180㎞를 자랑하며 경기 서북부 주민들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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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A 킨텍스역 2번출구. / 사진 : 박호수 기자 |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서울역까지 출퇴근하는 이현진(27)씨는 GTX-A를 접한 이후 “일상혁명을 경험하고 있다”라고 감탄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서울과 경기도를 오고 가는 버스 배차 간격도 급격히 줄어서 출퇴근이 괴로웠다”며 “경기도민이기에 선택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한정적이었는데, GTX-A야말로 경기 서북부권 사람들에겐 삶의 질을 높여준 신개념 교통 복지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GTX-A를 타고 회사 점심시간이나 저녁 시간을 이용해 ‘서울역 맛집을 가봤다’는 인증사진도 볼 수 있었다. 일산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다빈(26)씨는 “친한 직장동료들과 퇴근하고 GTX-A 개통 기념으로 평소에 가고 싶었던 서울 맛집을 찾아가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라고 전했다.
다만, GTX-A의 역사 인근 상가에서 만난 상인 등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산 킨텍스 인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최모(33)씨는 “개통 전에는 유동인구가 늘고 상권이 살아날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막상 개통하니 워낙 빠르고 좋아 사람들이 다 서울로 빠져나가는 것 같아, 상권은 오히려 더 쇠락하거나 변화가 없을 것 같아 실망”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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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A를 이용중인 승객들. 사진 : 박호수 기자 |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49)도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워 장사가 안 되는데 GTX-A가 있으면 사람들이 서울에서 놀고 들어오지 뭐하러 일산에 있겠냐”며 “베드타운으로 더 전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GTX-A 개통 호재로 ‘집값 상승’을 꿈꾸던 주민들 가운데서는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도 보였다.
운정신도시에 거주하는 백희연(41)씨는 “경기도 고양시 가좌마을 쪽에 살다가 집값이 오를 거라고 해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운정 쪽으로 이사를 왔는데, 개통 이후에 오히려 집값이 더 떨어지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넷째주(30일 기준) 파주시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1% 상승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셋째주 이후 5주간 이어진 하락세는 멈췄지만 이렇다 할 상승세도 붙지 않았다.
실거래가는 전고점 대비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센트럴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개통 당일인 지난달 28일 6억원(4층)에 거래돼 최고가 대비(2021년) 3억4000만원 이상 하락했다.
이는 GTX-A 1단계(수서∼동탄 구간) 개통 당시 동탄역 인근 집값이 크게 뛴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탄핵 정국 등의 여파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영향이 크다면서도, 추진 중인 GTX-B, C 노선 개통 전에는 호재가 온전히 반영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동탄은 강남 수서역까지라도 연결됐지만 파주는 아직 서울역까지밖에 연결되지 않았다”라며 “GTX-A의 서울역∼삼성역 구간 개통과 신설 노선의 사업 기간을 조속히 단축시키기 위해 정부와 국회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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