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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심화영 기자] 국내 전자업계 ‘투톱’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지난해 4분기 수익성이 나빠졌다. 레거시(범용) 메모리와 전자업계의 불황이 고스란히 반영됐단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지난해 연간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연간 매출 300조원대와 영업이익 30조원대를 2022년 이후 2년 만에 회복했고, LG전자는 매출 87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8일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작년 4분기 매출 75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의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전기 대비 매출은 5.18% 줄고, 영업이익은 29.19%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 실적이 증권가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것은 메모리 가격 한파 탓이다. 증권가에선 당초 작년 4분기 영업이익으로 10조원 안팎까지 예상했다가, 최근 전망치를 7조원대까지 낮춰 잡았는데 이마저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시한 설명자료에서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실적에 대해 “IT향 제품 중심의 업황 악화로 매출 및 이익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주력인 레거시 메모리의 경우 스마트폰, PC 등 전통적인 IT 분야의 수요 침체로 가격이 하락했고,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까지 맞물리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삼성전자는 “고용량 제품 판매 확대로 4분기 메모리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연구개발(R&D)비 증가와 선단공정 생산능력(캐파)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생산량 확대) 비용 증가 등이 실적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AI 열풍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는 견조하지만, 삼성전자의 HBM 양산 일정이 지연되면서 아직 HBM의 실적 기여도가 낮은 상황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은 경쟁사인 최태원 SK 총수와 CES에서의 회동을 예고했지만, 삼성 측과의 접선 소식은 아직이다. 삼성은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이 현재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 역시 4분기는 물류비 부담 등에 수익성이 악화됐고, 연결 자회사인 LG이노텍을 제외한 단독 실적 기준으로는 적자를 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LG전자의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0.2% 증가한 22조7775억원,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3.3% 급감한 1461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의 연간 매출은 2022년 80조원을 넘긴 뒤 4년째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영업이익은 3조원대에서 정체 상태다. LG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2021년 3조8638억원에서 매년 하락해 2023년 3조5490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의 2023년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4조2278억원, 3조5491억원인데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0.9%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0.1% 감소한 수치다.
LG전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조4304억원으로 전년보다 6.1%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87조7442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생활가전은 2년 연속 매출액 3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미래 먹거리인 전장 사업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의 영향을 다소 받지만 2년 연속 연 매출액 1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하반기 들어 예상치 못한 글로벌 해상운임 급등이나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재고 건전화 차원의 일회성 비용 등이 발생하며 수익성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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