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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젠슨 황 CEO. 사진: 연합 |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엔비디아가 로봇ㆍ자율주행 등 물리적 AI(인공지능) 시장 선점 카드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먼저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일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처음 공개한 ‘코스모스’는 단순한 로봇ㆍ자율주행 개발 플랫폼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는 데 일조한 ‘쿠다(CUDA) 전략’을 물리적 AI 영역으로 이식하려는 행보로 본다.
엔비디아는 생성형AI 시대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촉발한 시장이지만, 일찌감치 AI 기술 개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장악해 놓은 엔비디아가 시장 주도권을 가져오는 결과를 낳았다.
엔비디아는 하드웨어인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보편화하기 이전부터 쿠다 소프트웨어를 함께 공급했다. 쿠다는 개발자들이 GPU를 활용해 손쉽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게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다. 마치 애플이 아이폰(하드웨어)과 함께 소프트웨어(iOSㆍiTunes) 생태계를 함께 제공한 것과 같은 전략이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쿠다를 대체불가 SDK로 여기는 ‘락인(충성고객 확보) 효과’로 GPU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기 시작했다.
‘쿠다 전략’의 유효성을 증명하는 게 AMD 사례다. 경쟁사인 AMD의 MI300X는 하드웨어 성능과 가격 경쟁력에서 엔비디아의 H100, H200을 앞섰지만,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부재로 시장 진출에 실패했다. 실제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MI300X는 문서상의 성능을 구현하지 못했고, 복잡한 소프트웨어 설치 과정과 잦은 버그로 사용자 경험에서도 큰 문제를 보였다. 리벨리온ㆍ퓨리오사AI 등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스모스는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필요한 모든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한다. 2000만 시간 분량의 영상을 14일 만에 처리할 수 있는 높은 성능을 갖췄고, 현실과 동일한 3차원(3D) 환경에서 로봇을 학습시킬 수 있다. 이미 애자일로봇, 피규어 AI, 현대차그룹, 우버 등 주요 기업들이 도입을 선언했다.
코스모스의 강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엔비디아는 코스모스를 오픈소스(무료 제공) 플랫폼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엔비디아 하드웨어 이용자에만 제공되던 쿠다와 달리 오픈소스 플랫폼 기반으로 개발함으로서 개발자의 접근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다가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듯이, 코스모스는 물리적 AI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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