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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2025 신년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현대차그룹이 올해 국내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이는 지난해 최대 기록이었던 20조4000억원 대비 19%(3조9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9일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2025년 투자 계획에 따르면 투자금은 연구개발(R&D) 투자 11조5000억원, 경상투자 12조원, 전략투자 8000억원으로 나뉜다.
R&D 투자는 차세대 제품 개발, 전동화,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수소 제품 및 원천기술 개발 가속화 등에 투입된다. 특히 성능과 연비가 뛰어난 하이브리드 모델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EREV(주행거리 확장형 전기차) 등을 앞세워 전기차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전기차 신모델 개발도 꾸준히 확대한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경제형에서부터 고성능차까지 21개 모델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기아는 2027년까지 다양한 PBV(목적기반차량)를 포함해 15개 모델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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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광명 에보 플랜트 EV3 생산라인./사진: 기아 제공 |
경상투자는 전기차 전환 및 신차 대응 생산시설 확충, 제조기술 혁신, 고객체험 거점 등 인프라 보완에 쓰인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도 EV 전용공장 건설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다. 지난해에는 기아 광명 에보 플랜트(EVO Plant)를 가동하고 소형 전기차 EV3 생산을 시작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기아 화성 에보 플랜트를 완공하고 고객 맞춤형 PBV(목적 기반 자동차)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2026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울산 EV 전용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는 초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전동화 모델을 시작으로 다양한 차종을 양산할 계획이다.
전략투자 8000억원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 핵심 미래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집행된다. SDV 분야에서는 소프트웨어 내재화를 통해 2026년까지 차량용 고성능 전기ㆍ전자 아키텍처를 적용한 SDV 페이스 카(Pace Carㆍ기술 검증을 위해 소량 생산하는 차량) 개발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이를 양산차에 확대 적용하는 게 목표다.
생산공법 혁신도 가속화한다. 현대차 울산 공장에는 차체를 통째로 제조하는 첨단 공법인 하이퍼캐스팅 공장을 신설한다. 이는 전동화 차량 등 차세대 제품 성능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 분야에서는 차세대 연료전지 시스템 및 수소 버스ㆍ트럭 개발, 수소충전소 구축 등 ‘HTWO Grid’ 솔루션을 위한 기술 연구와 생태계 구축에 매진한다. 이외에도 신규 모빌리티 디바이스 개발, 로보틱스 비즈니스 등 신사업 다각화에 나설 예정이다.
사업군별로는 완성차 분야가 16조3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부품, 철강, 건설, 금융 및 기타 사업 분야에서도 신사업 발굴, 핵심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8조원의 투자를 단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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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사진: 현대차 제공 |
올해 현대차그룹이 밝힌 투자 금액은 지난해 발표한 중장기 계획 대비 더욱 강화된 수준이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2024∼2026년 3년간 국내에 연평균 22조7000억원씩 총 68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대로면 계획보다 더 많은 투자금이 집행될 가능성이 있다. 돌발적인 변수가 산재한 경영환경을 투자라는 정공법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그룹 신년사에서 변화ㆍ혁신ㆍ위기 극복을 강조한 지 3일만에 이번 투자계획이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당시 정 회장은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훌륭하게 그 위기들을 극복해 왔으며, 위기 이후 더 강해졌다”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국내투자는 경제활성화와 연관 산업의 고도화 촉진으로 전후방 산업의 동반성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대내외 경영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적극적인 투자, 끊임없는 체질 개선,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지속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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