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호윤 기자]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의 구조조정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업계 관계자 1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7%가 올해 구조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핵심 원인으로는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지목됐다. 67건의 응답자가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우려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7건이나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고환율로 인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고환율 부담을 지적한 응답이 35건으로, 전년(11건)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제공 |
업계 관계자는 “자금 소진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추가 자금조달마저 어려워지자 많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특히 초기 단계 바이오텍들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전했다.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은 단순한 인력 감축을 넘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핵심 파이프라인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거나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해외 임상을 진행 중인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고환율로 인한 R&D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일부 임상시험의 속도 조절이나 중단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올해 업황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응답자의 67%가 올해 업황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업계의 구조조정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다만 이러한 구조조정이 장기적으로는 업계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구조조정은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이를 통해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되고 효율적인 R&D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R&D 투자 의지는 여전히 강하다. 응답자의 46%가 투자 확대 의향을 보였으며, 35%는 현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구조조정이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미래 성장을 위한 선택과 집중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2025년에도 바이오텍의 자금조달 상황이 여의찮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환율이 R&D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바이오텍의 보유 자금 소진 속도가 빨라질 수 있어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지만, 이를 통해 더욱 강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제약바이오 업계의 구조조정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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