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대 1’ 경쟁률 뚫고 7가구 선정…“결혼날짜 잡았어요”
‘소수혜택’ 포퓰리즘 논란에도 청년 주거난 해결 ‘실험적 대책’ 평가
박일하 구청장이 지난 4월 청년 ‘만원주택’ 첫 입주자와 기념촬영하는 모습. / 사진 : 동작구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집이 없어 차일피일 결혼을 계속 미뤘습니다. 그런데 경쟁률이 높아 큰 기대가 없던 신혼부부 ‘만원주택’에 덜컥 당첨됐습니다. 기쁜 마음에 올해 봄 드디어 결혼식 날짜도 잡았습니다.”- 서울 동작구 청년 이모(27)씨
서울 도심 한복판에 월세 1만원만 내면 신혼부부가 방 2∼3개짜리 빌라에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 등장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작구가 지난해 10월 처음 도입한 ‘청년신혼부부 만원주택’으로, 지난해 2월 신청자격과 소득자산 심사를 거쳐 입주자 7가구가 최종 선정됐다.
같은 평형 인근 빌라의 전세 시세가 2억∼3억원대를 훌쩍 넘는 탓인지, 모집 당시 경쟁률은 14대 1을 기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에서는 투룸과 쓰리룸을 통틀어 월세 100만원 이하로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2021년 7월(105만2000원) 이후 주택(아파트, 연립ㆍ단독 주택) 평균 월세가 100만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구는 만원주택으로 공급할 7개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았다. 노량진동, 흑석동, 상도동 등에 위치한 빌라 임대인과 구가 직접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신혼부부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신혼부부는 월세뿐만 아니라 보증금도 계약서의 약 5% 수준인 1000만원대만 내면 된다. 월세는 구 출자기관인 동작주식회사 수익금으로 보전하고, 보증금은 구청의 세금으로 충당한다.
박일하(앞줄 오른쪽 두 번째) 동작구청장이 지난 2일 동작구 ‘만원주택’인 양녕주택에서 청년들과 간담회를 연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 동작구 제공 |
신혼부부 주택의 임대기간은 2년이고 1회 연장이 가능해 최대 4년까지 살 수 있다. 이달 입주를 앞둔 예비신혼부부 이씨는 “만원주택에서 계약기간인 4년 동안 부지런히 돈도 모으고 청약도 열심히 도전해서 평생 살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신혼부부 만원주택은 집값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는 젊은 청년들의 신혼 초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몇몇 소수에게 혜택을 주는 포퓰리즘 정책”, “같은 돈으로 더 많은 구민에게 복지를 펼치는 게 낫다”는 지적들이다.
특히, 구가 만원주택 7가구와 계약한 전세보증금 총액이 18억8650만원이라고 알려지면서 이런 지적이 더욱 확산됐다. 부부당 2억6000만원 정도의 보증금이 4년간 묶여 있는 것인데, 7가구의 소수에 지원하는 것이 아깝다거나 과하다는 비판이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확산된 것이다.
‘포퓰리즘’ 논란이 일고 있지만, 실험적인 신개념 인구대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청년신혼부부 전세임대주택. / 사진 : 동작구 제공 |
권대중 서강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입주 요건을 까다롭게 하지 않고, 아무나 들어올 수 있다면 포퓰리즘이 맞겠지만 시도 자체는 청년세대의 고충을 헤아리려는 신개념 주택 바우처 제도”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 정책이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려면 결국 입주 조건을 까다롭게 해 소득이 낮으면서 꼭 필요한 청년이 혜택을 받되, 출산율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구도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소득수준이 중위소득 120% 이하인 19∼39세 무주택 신혼부부가 입주 대상자였다”며 “현재 7가구 중 1가구는 실제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는 가정”이라고 답했다.
한편, 현재 구는 지난해 4월 상도동에 청년용 만원주택을 처음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청년과 신혼부부 지원에 전방위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출산축하금인 ‘동작천사축하금’이 대표적이다. 젊은 사람들이 머무르는 도시, 아이를 키우고 싶게 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동작구의 새로운 시도들이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일까. 지난해 서울 자치구별 합계출산율이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동작구(0.57) 합계출산율은 전년보다 증가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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