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에 경고 공문… 직원들에 “명령 안 따라도 직무유기 아냐”
‘강경파’ 경호처 간부들, 3차 출석요구 불응… 체포영장 방침
尹측 “불법ㆍ부당한 영장 집행”… 탄핵심판 첫 재판 불출석 예고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12ㆍ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대통령 관저 안팎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안윤수 기자 ays77@ |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전날 대통령 경호처와 국방부에 협조 공문을 보내는 등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
공수처는 공문에서 경호처가 체포ㆍ수색영장 집행을 방해할 경우 특수공무집행방해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거나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공무원 자격 상실은 물론, 재임용 제한, 공무원 연금 수령 제한 등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특히 공수처는 “경호처 직원의 경우 영장 집행을 막으라는 위법한 명령에 따르지 않더라도 직무유기죄 성립 등 명령 불이행에 따른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경호처 내에서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됐던 박종준 전 경호처장의 사퇴 이후에도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싼 긴장 상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선 경호처 직원들을 향해 일종의 ‘심리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는 국방부에 보낸 공문에서도 “경호처에 파견된 33군사경찰대, 55경비단 등 국군 장병들이 영장 집행 장소에 동원되거나 소속 부대 차량 등 장비를 이용해 영장 집행을 방해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렸다.
경찰도 박 처장의 사퇴 이후 경호처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김성훈 차장 등 경호처 지휘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윤 대통령 체포 저지를 주도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를 받는 경호처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이날 경찰의 3번째 소환 통보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광우 본부장은 김 차장과 함께 경호처 내 대표적인 ‘강경파’로 꼽힌다.
경찰은 앞서 3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김 차장과 함께 이광우 본부장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3차례가량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수순을 밟는다.
반면 박 전 처장과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등 경호처 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전ㆍ현직 간부 2명은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한 상태다. 이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 차장이 2차 체포영장 집행에서 무기 사용 등 강경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김 차장 등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이 사실상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와 경찰은 구체적인 영장 집행 시점과 인력 투입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영장 집행 준비 상황과 관련해 “집행계획을 더 세밀하게 짜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 집행이 불법ㆍ부당하다는 입장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경찰이 기어코 공수처의 지휘에 따라 불법 영장 집행에 나선다면 최소한의 법적 의무라도 지켜야 할 것”이라며 경찰이 공수처의 영장 집행을 지원할 때 공무원 신분증을 착용ㆍ제시하고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호처 간부들에 대한 경찰 수사에 대해서도 윤 변호사는 “경호처 지휘체계를 무력화하려는 불순한 의도이며, 국가안보에 대한 자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체포를 막기 위해 경호처에 ‘무기 사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공표”라며 “대통령은 평소 일상적인 업무 매뉴얼에 의한 적법한 직무수행을 강조했을 뿐, 이 같은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앞서 “공수처와 경찰이 불법무효인 체포영장을 계속 집행하려고 시도하고 있어 신변 안전과 불상사가 우려된다”며 오는 1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도 출석할 수 없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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