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기관이나 민간연구소가 주최한 교육 프로그램에 강사로 나갈 일이 종종 있다. 평생교육 대상자는 대개 40대 후반 이상이다. 짧은 교육 시간에 가장 가치 있는 순간을 어디서 찾았는지 항상 궁금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휴게공간이었다. 교육생들이 서로 격의 없이 나눈 대화 속에서 중요한 키워드를 찾아냈다고 한다.
평생교육을 담당한 강사의 입장에서 서운할 수 있으나, 평생교육이 가진 특수성을 고려하면 자연스런 응답이다.
교육은 통상 세 가지 유형인 형식교육, 비형식교육, 무형식교육으로 분류된다. 형식교육은 통상 학교교육을 말하며 비형식교육은 일반학원 또는 직업훈련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무형식교육은 토론회나 공청회를 비롯해 가정교육 등 일반의 모든 유형을 포괄한다.
교육이라는 개념 자체는 학교공간에 한정되지 않는다. 일례로 갓난아기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주변의 언어를 듣고 배운다. 아기의 옹알이는 엄마의 언어를 배우는 학습 모습이다.
갓난아기의 배움 동작이 이어져 만 2살과 3살 사이에 언어능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다. 그럼 성인은 학교나 학원에서 영어를 만 3년 공부하면 아기만큼 언어에 숙달할 수 있는가.
아기의 언어 학습과정은 무형식교육의 대표적인 예이다. 생애주기를 보면 아동 시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는 부모다. 그 다음은 친구이며 선생은 뒷전이다.
부모와 친구 간에 어떤 수준의 단어와 문장으로 대화하느냐에 따라 인식능력의 결정적 차이를 가져온다. 그런 이유로 미국의 성공학을 연구한 학자들은 좋은 동네로 이사를 할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여기서 좋은 동네란 세상 시류의 흐름을 한발 앞서서 읽어내며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이웃들이 모여 사는 장소를 말한다. 그들의 생활패턴을 무의식적으로 배우는 것만으로도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에서 비형식교육의 대표적 주자라고 한다면 공인중개사 시험과정을 들 수 있다. 2021년 공인중개사시험 응시자가 21만명에 달했다. 같은 해 수능 응시자 수가 42만명이란 점을 고려하면 공인중개사 시험을 성인의 수능시험이라고 비견할 만하다.
공인중개사 인기가 예년과 같지 않다고 하지만 1985년 처음 시험이 실시된 후 지난 40년간 매년 최소 10만명 이상이 준비했다.
당락을 떠나 시험과목을 공부하며 법률과 경제 관련 상당한 상식을 쌓을 수 있었다. 1차 과목인 부동산학개론을 통해 경제학의 기초이론을, 민법을 통해 법학의 기본을 터득할 수 있었다. 40년간 최소 400~500만명의 인구가 학습했다고 한다면 그 파장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일부 법조계 인사는 부동산 사건 등 민사 관련 수임이 급속히 줄어든 배경으로 공인중개사시험을 들고 있다. 법률 상식이 늘어나 위기관리능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학습능력을 갖춘 성인들이 사회복지사와 요양사, 행정사를 비롯해 각종 안전기사 등 다양한 형태의 자격증 시험의 유용성을 각인시켜 준 계기가 되기로 했다.
평생학습과정에서 유·무형의 정보를 습득해 더 나은 인생 과정을 유도하는 데 일조를 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교육감을 중심으로 한 지방교육기관이 평생교육을 대하는 태도와 입장을 보면 여러모로 아쉬운 생각이 든다. 모 기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와 관련해 연구를 맡은 바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초·중·고교를 담당하는 교육청 등의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기 위해 교부되며 지방교육세입의 약 70%를 차지한다.
문제는 초중고교 학생수가 감소해도 내국세 총액의 20.79%를 보통교부세로 고정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방교육재정 세입으로 잡는다는 점이다. 2022년 결산자료를 보면 교육청이 예산을 당해연도에 사용하지 못하고 이월처리한 금액이 7조 5천억원이다.
교육청 직원조차도 미래사회를 대비해 대학이나 평생교육기관으로 재원을 전환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그에 비해 평생교육 예산은 전체의 1.4%에 불과하다. 사실상 국민 개개인이 자부담해서 학습해야 하는 실정이다. 환경이 바뀌고 있다. 철밥통 지키듯 예산항목에 매달릴 일이 아니라고 본다.
이문성 칼럼니스트(법학박사)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