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현희 기자] 한국은행이 이번에는 '금융안정'을 택했다. 경기부진 등은 새로운 정부를 통한 예산 추경이라는 카드가 있지만, 당장 원달러환율 1500원 돌파를 저지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지 않으면 금융위기 우려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9월 원달러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은행의 외국계은행에 대한 장외 외환파생상품 관련 추가 증거금 납입액이 늘었고, 그만큼 은행의 고유동성 자산이 감소한 바 있다.
◇ "원달러환율, 필요 이상 올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결정 배경으로 단연 꼽은 게 '원달러환율'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원달러환율 1400원대는 뉴노멀"이라고 이야기했을 당시와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였다.
지난해 11월 당시 원달러환율은 1400원 안팎으로 오르락 내리락했다. 계엄이나 탄핵 등 정치적 이슈가 없었다. 이창용 총재는 그 당시 원달러환율 1450원 이하까지 열어두며 물가안정과 부동산 시장 안정, 환율 안정 등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초 정치적 이슈로 인해 이 총재의 이같은 계산이 무너졌다. 원달러환율은 1450원을 넘어 1500원에 가까운 1480원까지 치솟았다. 2개월 사이에 원달러환율이 무려 50원 이상 급등한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12월 초반에는) 정치와 경제가 분리돼서 잘 간다고 그랬는데 한국 정치 프로세스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매번 온다"며 "다시 또 정상화되서 과거와 같이 문제가 해결될 거고 경제정책도 정상적으로 집행될 거다는 이야기가 해외에서 잘 받아들여지면 문제가 없는데 그러지 못하면 한 번의 충격이 또 있을 것"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는 해외에서의 한국시장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대외신인도가 가장 큰 문제가 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동결을 통해 원달러환율 상승을 막아야 대외신인도 추락을 막고 금융시장을 안정화시켜 물가안정 및 내수방어 등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달러환율이 급등하면 대외신인도 문제가 걸리고 금융회사들의 달러조달 환경이 악화된다.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이 급락하면 중소기업,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은 막힐 수밖에 없고 내수방어는 커녕 경기침체 가속화만 불러온다는 것이다.
이 총재의 "경기만 보면 인하가 당연하지만 환율이 필요 이상으로 올랐다"는 언급대로, 원달러환율 1450원 이상 급등은 자칫 금융시장을 시작해 내수침체까지 이어지는 연쇄 부실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점을 시사하는 셈이다. 지난 2022년 원달러환율이 치솟으며 은행과 보험사의 환비용이 급등했고 고유동성자산의 급락을 야기한 바 있다.
◇ "3개월 내 금리인하 불가피"
이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 모든 위원들은 현재 경기상황만 고려하면 금리인하로 만장일치였다. 정치적 변수로 발생한 원달러환율 급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금리인하 시기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신성환 위원만 경기상황을 고려해 금리인하를 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놨지만, 전체 모든 위원들은 "3개월 내 금리 인하 여지를 열어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적 이슈는 내수 경기를 당초 예상보다 더 악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총재는 "앞선 전망에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0.5%로 봤고 (계엄 여파로) 0.4% 정도 되면 지난해 성장률이 2.1% 정도될 것으로 이야기했다"며 "하지만 소비와 내수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면서 최근 한은 내부에서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4% 아닌 0.2% 미만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일단 앞서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한 효과도 볼겸, 당장 원달러환율 급등을 막고 숨고르기 하며 판단하는 것이 신중하다는 판단이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특히 원달러환율이 1470원대에 올라간다면 한은이 예측한 물가상승률 1.9%보다 0.15% 올라 2.05%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원달러환율 상승에 이어 국제유가 변동성까지 고려하면 물가안정을 위해서도 금리동결이 불가피했음을 시사한다. 이 총재는 "원달러환율 1470원대가 유지되면서 국제유가가 같이 오르면 (물가상승) 임팩트가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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