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호윤 기자] 올해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는 ADC(항체-약물 접합체)에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6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2025’(이하 JPM)에서는 화두는 단연 ‘ADC’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일제히 ADC 사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제시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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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부터 16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2025에서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기업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 |
ADC는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에 항암제를 결합한 구조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해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할 ‘게임체인저’란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ADC 시장이 연평균 20% 이상 성장해 2030년 1000억 달러(약 13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에서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지난해 ADC 전용 생산시설을 완공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위탁개발생산(CDMO)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 시설은 500ℓ 접합 반응기를 포함한 2개 생산라인과 1개 정제라인을 갖췄다. 올해 1분기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선다는 목표다.
정형남 ADC 개발팀장은 “세포주 개발부터 원료의약품(DS) 생산까지 12개월 내 완료하는 업계 최고 수준의 개발 타임라인을 제공할 것”이라며 “미국 FDA의 강화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에 부합하는 통합 서비스가 가능하다. CDMO 비즈니스는 1분기 내에 시작할 예정 ”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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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부터 16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2025에서 제임스 박 대표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롯데바이오로직스 공 |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독자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제임스 박 대표는 자체 개발한 ADC 플랫폼 ‘솔루플렉스 링크’를 공개했다. 이는 카나프테라퓨틱스와 공동 개발한 링커 기술이 적용된 플랫폼이다. 링커 기술은 항체 변형 없이 약물을 접합시키는 ADC의 핵심 기술을 말한다.
박 대표는 “솔루플렉스 링크는 ADC 치료제의 약점인 불안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고, 다양한 항체에 활용할 수 있다”며 “생산과 치료 효율을 동시에 높여 차세대 ADC 개발·생산의 최적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또 송도 바이오 캠퍼스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 지난해 3월 착공한 1공장에 10억 달러(약 1조4550억원)를 투자했다. 2027년부터는 본격적인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최적화된 운영 시스템과 첨단 제조 기술이 적용된 시설로 글로벌 수준의 품질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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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부터 16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2025에서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이사가 메인트랙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셀트리온 제 |
셀트리온은 ADC 신약 개발에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대표는 “2028년까지 9개의 ADC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개발 중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CT-P70’과 방광암 치료제 ‘CT-P71’은 기존 치료제의 효능과 편리성을 높인 바이오베터 ADC다. 바이오베터는 기존 약물의 한계를 극복하고 치료 효과를 개선한 의약품을 뜻한다.
특히 셀트리온은 공동개발한 세포독성항암제 ‘PBX-7016’을 활용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PBX-7016은 개발 과정에서 낮은 독성과 높은 종양 성장 억제(TGI)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서 대표는 “그동안 축적해 온 항체 의약품 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세대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ADC가 향후 셀트리온의 성장을 견인할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ADC는 항체의약품과 항암제의 장점을 모두 갖춘 혁신 신약”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각자의 강점을 내세워 시장 선점에 나선 만큼 올해가 글로벌 ADC 시장 진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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