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서‘국가 에너지 비상사태’선포
“석유ㆍ천연가스 시추량 늘린다”…재생에너지 지원 축소
美, 파리협정 탈퇴 및 NDC 철회할 듯
韓, 온실가스 감축 방향 속도조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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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사진:연합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미국은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양의 석유와 가스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석유를 마음껏 시추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과 함께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원인 중 하나로 에너지 가격의 상승을 지목하면서 그동안 억제했던 화석연료 산업의 전폭적인 지원 계획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를‘발 밑의 액체 금’이라고 표현하며 전략자산으로서 적극적인 활용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기후ㆍ에너지 정책은 △화석연료 산업 지원 △탄소배출 규제 완화 △재생에너지 설비 지원 중단 △각종 친환경 협정 탈퇴 및 탄소 감축목표 철회 등으로 요약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완전히 폐기한 기후ㆍ환경 정책 및 제도가 98개에 이르는 만큼 이번에도 대규모 정책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석유를 활용해 물가를 더 낮추고, 전략 비축유를 다시 가득 채우며, 미국의 에너지를 전 세계로 수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석유 및 천연가스의 대규모 증산 계획을 발표하며 기후ㆍ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화석연료 중심의 전통 에너지 산업을 적극 지지해 왔다는 점에서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기후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수정 및 폐지할 전망”이라며, “2기 행정부는 1기보다 나아진 여건 속에서 친환경 정책의 대폭 후퇴를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국내 기후ㆍ에너지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내용은 미국의 기후협정 탈퇴 및 NDC 철회가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정부에서 재가입했던 파리 기후변화협정의 즉각 탈퇴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철회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이 NDC 철회를 공식 선언하고, 이와 함께 NDC 이행을 거부하는 국가들이 많아지면 글로벌 탄소중립 이행속도가 둔화될 수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NDC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2018년(7억2500만t) 대비 2억9000만t 이상 감축해야 하지만, 2023년 기준 감축량은 약 1억t에 그쳤다.
이 같은 분위기는 탄소중립 관련 계획 수립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당장 올해는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구체화해야 하는 시기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환경부는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경로와 법 개정 방안을 연내 국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하반기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할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도 정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관련 목표치들의 하향 조정 가능성이 커졌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지구온난화 대응은 모든 국가가 탄소 저감 약속을 지켜야 가능한데,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미국이 빠지면 다른 국가들도 NDC 이행을 거부할 것”이라며, “한국도 NDC 목표 달성이 어려웠는데, 트럼프 당선을 핑계로 속도 조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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