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예산 조기 집행
20일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민생예산 선결처분 시행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 서대문구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구의회와의 대립으로 준예산 체제로 운영 중인 서울 서대문구가 어르신 일자리, 보훈예우수당, 학교급식 등 민생과 직결된 25개 사업 예산을 우선 집행한다.
이성헌 구청장은 20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준예산 체제로 불가피하게 민생과 직결된 사업이 중단 또는 지연되어 구민의 생계와 안전, 지역경제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지방자치법 122조에 의거해 선결처분을 긴급 시행한다”고 밝혔다.
선결처분은 지자체장이 예산 집행이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때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예산을 먼저 집행하는 제도다.
이에 구는 총 289억원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는데 항목은 △취약계층과 어르신 생계를 위한 어르신 일자리, 동행 일자리 등 3개 일자리 사업 예산 209억원 △62개 학교 급식 지원 경비 55억원 △보훈예우수당, 설 명절 위문금 27억원 등이다.
다만 구의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승인받지 못하면 선결처분 효력은 그때부터 상실한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구와 구의회가 예산안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구에 따르면 앞서 구와 구의회는 지난달 17일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위원회 심사 등을 거친 올해 예산안을 잠정 합의했으나, 구의회 제304회 2차 정례회 마지막 날인 지난달 20일 야당 소속 의원들이 기존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수정동의안을 기습으로 단독 처리했다.
이 구청장은 “구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표적 삭감한 사업은 민선8기 새롭게 시작해 성과를 내며 여론과 언론의 호평을 받은 사업들”이라고 주장했다.
삭감된 예산에는 내외국인 170만명이 방문하며 세계적 힐링 명소로 급부상한 ‘카페폭포 한류문화체험관’ 조성 사업비 10억원, 홍제홍은역세권 활성화사업 사전 준비 설계용역비 11억원 등이 포함됐다. 이 구청장은 “이러한 사업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에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읽힌다”고 지적했다.
이에 구는 지난달 24일 구의회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 준예산 체제에 돌입했다. 준예산 규모는 당초 구 예산안 대비 78.3% 수준인 6890억원이다.
구는 선결처분을 긴급 시행하지만, 여전히 학교 교육환경 개선(64개교, 100억원), 공동주택 보수(128개 단지, 2억원) 등 민생 회복에 필요한 예산들은 집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구청장은 “하루빨리 구의회를 개의해 올해 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소속의 서대문구의회 의원들은 민생과 상관없는 불필요한 예산만 삭감했다며 구와 의견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