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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 “법질서 이렇게 망가뜨릴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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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1-20 16:05:24   폰트크기 변경      
尹지지자 폭동에 법원 내부 충격

“영장심사 결과 마음에 안 든다고 법원 공격… 말도 안돼”
“법원 판단에 승복하는 게 우리 사회 지탱하는 시스템”

서부지법 피해 규모 6억~7억… 대법 “가담자에 손배 청구”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그야말로 충격적입니다. 법질서 자체가 완전히 무너진 것 같아요.”


20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 직원 전용 출입구가 폐쇄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재경지법의 A부장판사는 20일 <대한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서울서부지법에서 벌어진 헌정사상 초유의 ‘폭동’ 사태와 관련해 “원래 법치주의의 테두리 안에서 안정적인 법질서를 중요하게 여기는 게 보수의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서부지법은 지난 19일 새벽 12ㆍ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흥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법원 정문과 유리창을 깨부수며 서부지법에 난입해 집기와 시설물을 파손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

심지어 일부 지지자들이 영장을 발부한 판사에게 위해를 가하려고 법원 내 사무실을 찾아다니는 모습도 포착됐다. 영장 발부 전후로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의 물리적인 충돌에 다친 경찰만 중상자 7명을 포함해 42명에 달한다.

법원 내부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A부장판사는 “판사란 원래 잘 참아야 하는 직업”이라면서도 “법원이 다 부서지고 무너져 내린 모습에 서부지법뿐만 아니라 다른 판사들도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차마 외부에 속속들이 다 얘기할 수 없으니 다들 참고 있는 심정”이라고 했다.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통상 영장을 청구했던) 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ㆍ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비판의 여지가 있지만, 영장심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법원을 공격하는 것은 완전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지금은 보수의 품격은커녕 오히려 법질서를 모두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B부장판사도 “어차피 누군가는 맡았어야 할 영장심사였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심사를 담당했던 판사는 주말 당직 업무를 맡았을 뿐인데, 도대체 무슨 죄가 있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작은 일을 하려다가 큰일까지 그르친다는 뜻)’는 속담처럼, 윤 대통령 측이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지지자들을 선동했다가 법질서 자체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며 “결국 이로 인한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C부장판사 역시 “국민들이 합리적인 생각을 한다는 전제하에 법원의 판단에 승복하는 게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초적인 시스템인데, 이 시스템을 이렇게 망가뜨릴지 몰랐다”며 “이번 사태를 폭동으로 볼 만한 상황이 영상 등을 통해 너무 많이 드러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법원 시설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에서 서부지법 구성원들이 예정대로 재판 일정을 진행하는 등 의연하게 이겨내는 모습에 희망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날 긴급 대법관 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에 가담한 인원 모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서부지법이 입은 피해 규모는 외벽과 유리창, 셔터, 출입통제시스템, 집기 등 약 6억∼7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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