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호윤 기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이하 협회)가 창립 80주년을 맞아 ‘K-Pharma 2030’ 비전을 통해 제약바이오산업의 대대적인 혁신과 도약을 선언했다.
21일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성과를 점검하고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 새로운 도전과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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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신년 간담회에서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올해 협회의 도전과제의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 김호윤 기자. |
노 회장은 “지난해 우리 제약바이오산업은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놀라운 저력을 보여줬다”며 운을 뗐다.
실제 2023년 국내 의약품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해 31조 4513억원을 기록했으며 바이오의약품 시장도 4조 7503억원으로 8.1% 성장했다. 특히 상장사들의 R&D 투자는 4조 7124억원으로, 매출 대비 13%라는 높은 투자 비중을 기록하며 혁신 성장의 의지를 보여줬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2023년 기준 2917개의 R&D 파이프라인을 보유하며 세계 3위의 신약 개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FDA와 EMA의 신약 허가도 각각 31건, 23건을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했다. 기술수출 규모도 9조원에 달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노 회장은 현재의 성과에 안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 회장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가능성에 따른 자국 산업 보호주의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국제 통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가지는 정책이 제약바이오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산업이 긴밀하게 대응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노 회장은 ‘K-Pharma 2030’ 비전을 통해 세 가지 핵심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 신약개발 혁신생태계 구축을 위해 협회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다. 제약바이오산업 매출의 15%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1조원 매출 의약품 5개를 창출하며, 해외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건강한 생태계를 기반으로 글로벌 50대 기업 5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AI 신약개발 분야다. 협회는 AI신약융합연구원을 AI융합허브로 활성화하고, K-MELLODDY 프로젝트를 지속 추진하며, AI응용교육 플랫폼(LAIDD)을 통해 2184명 이상의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둘째,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선진시장 진출 지원 체계 구축과 신흥시장 진출 네트워크 강화에 나선다. 미국·유럽 국가의 규제·시장 정보를 분석·제공하고, 해외 주요 클러스터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CDMO사업 활성화를 지원한다. 또한 ICH(의약품국제조화회의), IFPMA(국제제약협회연맹)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확대해 글로벌 규제조화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셋째, 의약품 접근성 제고와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제품·품질 혁신과 안정적 공급 체계 확보에 힘쓴다. 백신 개발 촉진을 위한 투자와 제조 환경 개선, 원료·소부장산업 육성 및 공급망 다변화, 제약바이오기업의 윤리경영 강화도 추진한다.
노 회장은 이러한 비전 실현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D 지원 확대, AI신약개발·빅데이터 등 디지털 혁신 생태계 조성, 안정적 연구개발·투자 유인을 위한 예측가능한 정책 수립을 요청했다. 특히 국내 개발 의약품의 적정가치 인정과 제약바이오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약가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노 회장은 “1945년 10월 광복 직후 조선약품공업협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우리 협회가 이제 도전과 혁신의 80년을 넘어, 국민과 함께 100년을 향한 대도약의 힘찬 걸음을 내딛고자 한다”며 “올해에도 협회는 국민의 건강과 대한민국 경제의 희망이 되는 제약바이오산업을 위해 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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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미래관 조감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엠블럼과 슬로건 / 사진: 김호윤 기자. |
한편 이날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국민 공모전으로 선정한 협회 창립 80주년 엠블럼 및 슬로건과 미래관(가칭) 조감도도 공개했다. 미래관은 20억원 규모를 투자해 디지털 역사관ㆍ전시관을 조성할 예정이다. 전시관은 현재 위치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관에 마련된다. 80주년 기념식 및 미래관 개관식 개최는 오는 10월 24일 열릴 예정이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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