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앞 ‘차벽ㆍ바리케이드’
일반 시민도 이동 통제
尹지지자 화환ㆍ쓰레기로 ‘몸살’
용산구, “화환 2700개 철거 예정”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3차 변론이 열린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인 안국역에서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 사진 : 박호수 기자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계엄 이후 대통령이 있으면 그 일대가 쓰레기, 소음, 폭력 사태 등 말 그대로 무법지대가 돼요. 민원도 쏟아지고, 행정력도 배로 투입해요.”(서울 자치구 A 공무원)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발부 직후 서울 마포구의 서울서부지법 인근 거리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됐다. 지지자들은 법원 창문을 부수고 난입하고, 경찰과 언론인을 폭행하는 사상 초유의 불법 사태가 벌어지면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불안감에 떨며 밤을 보내야 했다.
이날 경찰이 폭력행위에 가담한 시위대 86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면서 폭동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다음 날부터 대통령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3차 변론을 위해 출석하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집회를 이어나갔다.
21일 오후 1시, 윤 대통령이 헌재로 출석하는 시간이 되자 대규모 인파가 안국역 인근으로 몰리며 헌재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30여 대가 넘는 경찰버스가 헌재 외곽을 둘러싸고, 거대한 폴리스라인으로 4000여 명이 넘는 경찰 기동대는 시위대들의 이동을 통제했다.
이를 본 지지자들은 경찰 병력을 향해 “우리 앞을 왜 가로막냐, 나라를 완전히 팔아먹는 경찰XX들”, “서부지법에 진입해 구속당한 애국 청년들이나 풀어줘라”라며 고성을 질렀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출석하는 가운데, 안국역 인근 앞 도로에 경찰 차벽이 배치되어 있다. / 사진 : 박호수 기자 |
같은 시각 헌재로 나가는 안국역은 경찰이 출입을 막으면서, 일반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의 이동도 통제됐다. 헌재 인근 현대건설 직원으로 근무하는 박모씨(38)씨는 “점심시간에 개인 일정을 보고 회사로 복귀해야 하는데, 갈 수 있는 모든 통로가 막혔다”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 주택가에 거주하는 김상오(60)씨도 “내 집에 가기 위한 길을 다 막으면 어쩌라는 거냐”며 역정을 냈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윤석열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이 늘어져 있다. / 사진 : 안윤수 기자 |
이처럼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지 39일 차에 접어들면서 집회가 열리는 인근의 주민과 상가, 그리고 관할 자치구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안국역 인근의 한 카페 직원은 “오늘은 아예 장사를 일찍 접으려고 한다. 헌법재판소에 불을 지르겠다는 테러 글도 봤는데, 여기저기서 욕설도 들리고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인 것 같아 말 그대로 공포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피의자 심문을 받은 지난 18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서부지법이 있는 관할 구청인 마포구에는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당직자들로부터 민원 전화가 빗발쳤다.
구 관계자는 “주말 동안 폭력 시위자들 처벌해달라거나, 반대로 평화 시위하던 시민을 경찰이 폭행했다며 처벌해달라는 등의 다수의 민원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구속되기 이전 기간 동안에는 지지자들이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모여 수일 간 집회를 진행해 관할 자치구 직원들이 애를 먹기도 했다. 용산구 관계자는 “대규모 인파가 몰려들어 한남대로 육교가 흔들린다, 집회 소음으로 한남초 학생들과 주민들, 상인들이 고통받는다, 도로가 쓰레기장이 되었다 등의 각종 민원이 하루에도 수십 건 쏟아져 직원들 모두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대규모 집회 이후 용산구 일대 쓰레기 수거량은 일평균 593t에서 601t으로 8t가량 증가했다. 계엄 이후 서울의 자치구 직원들 사이에선 “어디든 좋으니 대통령이 우리 동네만 안 오면 된다”라는 말이 돌 정도다.
2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에서 대통령실로 향하는 도로 양쪽에 대통령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이 늘서어 있다. / 사진 : 박호수 기자 |
한편 서울 곳곳 거리마다 전국 각지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들도 골칫거리다. 현재 서울에는 헌재 앞, 서부지법앞, 녹사평역 인근과 이태원로 등 곳곳에 수백, 수천개의 화환들이 줄지어 있어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한다.
특히 녹사평역부터 윤 대통령 관저까지는 최대 규모인 약 2700여 개의 화환이 모여있다. 이에 용산구는 법적 검토를 걸쳐, 해당 화환을 ‘불법 광고물’로 보고 순차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구 관계자는 “21일까지 자진 정비를 요청했으며, 이후 빠르면 일주일 이내로 일부 구간부터 철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계엄 이후 주말마다 평소 2~3배의 행정력이 동원되고 있는 현실에 답답하다”라고 토로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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