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스트레스DSR 3단계 도입으로 일반 가계대출 관리를 유도하면서 △DSR 규제가 반영되지 않는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을 줄이고, △집단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전방위적인 관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가계대출 관리 기조는 오는 4~5월 발표할 계획이다.
◇ 집단대출 풍선효과 원천 봉쇄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부관리 DSR 산출을 보면 DSR 적용되지 않는 (집단대출 등) 대출에 대해 소득 자료를 받아서 내부 관리 DSR에 반영토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은 일반 주담대와 같아 소득 심사 등을 통해 금리와 대출 한도를 책정하지만, 이주비대출과 중도금대출은 철거 전 주택과 토지 등의 감정평가를 통해 담보가치로 대출 한도를 책정한다. 이주비대출과 중도금대출은 소득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대출금리도 동일하게 반영된다.
금융위는 이같은 이주비대출과 중도금대출의 내부관리 DSR 산정을 강화한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소득을 반영하는 즉, DSR 적용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주비대출은 집주인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주택 철거 전 세입자의 보증금 등을 상환해주는 용도인 만큼, 대출 차주인 집주인의 소득을 반영해 대출 한도를 책정하면 자칫 세입자의 보증금을 상환해주기 어려워진다. 세입자의 보증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많으면 해당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최악으로 중단되는 등 부동산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주비대출과 중도금대출에 대한 은행 내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소득 자료를 받아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집단대출 리스크 관리의 속내는 따로 있다. 일반 가계대출은 오는 7월 스트레스DSR 3단계 반영 등으로 관리하면서 전세자금대출의 보증비율을 줄여 대출한도도 함께 관리될 수 있다. 은행들은 자연스럽게 집단대출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같은 '풍선효과'를 막자는 게 금융당국의 속내다. 내부관리 DSR 산정을 강화해 리스크 관리를 하면, 은행들은 무리하게 집단대출 경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 가계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 3종세트가 모두 관리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은행들은 이같은 집단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로 인해 마이너스 가산금리 등을 고려할 수 없다. 현재 1.4%p 안팎으로 적용되는 집단대출 가산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워진다. 금융당국은 일반 가계대출 가산금리에 대해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면서도 집단대출 관리를 강화하라는 주문이다.
◇ "지방 소상공인 대출 공급 늘려라"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에 대해서도 지방 현지 중심으로 대출을 늘리면 가계대출 관리목표인 경상성장률 3.8% 이상의 대출 증가도 허용해줄 계획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지방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을 탄력적으로 가져가겠다는 것도 지방 공급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지방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을 늘려주는 것은 지방부동산과 미분양 주택 해소가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김병환 위원장은 "지방부동산에 대한 걱정이 있다"면서도 "스트레스DSR 3단계를 어떻게 반영할지 여부 등을 4~5월 중에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방 소상공인들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대출 공급을 통한 내수진작 차원으로 이번 지방은행 대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방부동산과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한 차원이 아니라 지방 소상공인과 실수요 중심의 대출을 위한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이 주택 담보로 대출 받는 경우도 많아 가계대출 한도를 더 열어주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높아질 점을 고려해 국내 반도체 등 첨단전략사업에 적극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산업은행 중심으로 별도의 기금을 만들어 반도체 설비 투자시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대출 지원만으로 (산업)경쟁에 이길 수 있을지 우려가 있고 보조금 지급은 재정여건이 어려운 부분이 있어 지분 등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이를 위해 산업은행에 별도 기금을 만들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원하는 방식을 관계부처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희ㆍ최장주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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