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파면해달라는 국회의 요구가 23일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탄핵심판은 선고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직무 정지 상태였던 이 위원장은 즉시 직무에 복귀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하게 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방통위원장 탄핵심판 청구 사건 선고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헌재는 이날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기각했다. 탄핵심판이 인용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정확히 찬반 동수로 의견이 엇갈렸다.
이 위원장은 방통위원 5명 가운데 자신과 김태규 부위원장 등 2명만 임명된 상황에서 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안 의결을 강행해 헌법과 방통위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탄핵소추됐다.
탄핵소추안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주도로 통과됐다. 방통위법은 ‘방통위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때 ‘재적위원’은 법으로 정해진 5명의 상임위원이 모두 임명된 것을 전제하므로 의결을 위해서는 위원 과반수인 3명 이상 필요하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었다.
기존 방문진 이사들이 자신에 대해 기피 신청을 냈는데도 의결 과정에 참여해 기각한 것, 이 위원장이 과거 MBC 재직 당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기자들을 징계하는 데 동참한 의혹이 있는데도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를 스스로 회피하지 않은 것도 탄핵 사유에 포함됐다.
반면 이 위원장은 자신은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직무를 수행했을 뿐 파면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임기 종료가 다가온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더는 미룰 수 없었다는 게 이 위원장의 주장이었다.
헌재는 이 위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김형두ㆍ정형식ㆍ김복형ㆍ조한창 재판관은 “‘재적(在籍)’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단체에 적을 두고 있는 것’이므로, 방통위법상 방통위 의결정족수 규정의 ‘재적위원’은 문제되는 의결 시점에 방통위에 적을 두고 있는 위원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며 “의결 당시 방통위 재적위원은 2인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통위법은 의결정족수 외에 의사정족수(적법한 개의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위원 수)에 대해서는 어떤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며 “재적위원 전원의 출석 및 찬성으로 이뤄진 의결이 방통위법상의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은 법규범의 문리적 한계를 넘는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이들은 “방통위법이 방통위를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치한 취지에 따르면 5인의 위원이 모두 심의ㆍ의결에 참여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기는 하나, 재적위원 2인으로만 개최되는 회의에서는 다수결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이 취임 이후 새롭게 위원 3인의 추가 추천 내지 임명을 요청하지 않고 의결에 나아간 것이 합의제 행정기관의 이상적인 운영방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거나 피청구인에게 위법행위에 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문형배ㆍ이미선ㆍ정정미ㆍ정계선 재판관은 “피청구인은 방통위 의결의 적법성의 본질적 전제가 되는 방통위법 규정과 방통위원장으로서 방통위 의결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담보해야 할 중대한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고, 이는 피청구인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법률 위반”이라며 이 위원장을 파면해야 한다고 봤지만 탄핵심판 의결정족수인 6명을 넘진 못했다.
이들은 “2인의 위원만이 재적한 상태에서는 방통위가 독임제 기관처럼 운영될 위험이 있고, 이는 방통위를 합의제 기관으로 설치한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재적위원 2인만으로는 적법한 심의ㆍ의결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방통위의 심의ㆍ의결을 적법하게 진행하는 것은 방통위원장인 피청구인이 직무상 수행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의무 중 하나”라며 “피청구인이 재적위원 2인에 의해 의결한 것은 방송의 자유와 공적 기능을 보장하는 헌법 제21조의 취지를 구체화한 방통위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탄핵심판 기각 직후 “헌재가 아주 깔끔하게, 2인 체제는 적법한 것이라고 정리를 해줬다”며 국회에 공석인 방통위 상임위원 3명에 대한 추천도 촉구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12ㆍ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이 위원장을 비롯해 현 정부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야권의 연속적인 탄핵 시도를 ‘국정 마비’라며 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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