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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한국은행 제공. |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올해 4분기 한국 경제가 건설경기 불황에 계엄사태라는 악재로 전분기 대비 0.1% 성장이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은행의 지난 11월 정기 전망치(0.5%)를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도 2%대를 겨우 턱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은이 발표한 ‘2024년 4/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1% 성장했다. 전년 대비로는 1.2% 증가다.
분기 성장률은 작년 1분기 1.3%의 깜짝 성장을 달성한 뒤, 2분기 역성장(-0.2%)을 기록했다. 3분기(0.1%)에 다시 반등했으나 지난 8월 예상치(0.5%)를 하회한 수치였으며 4분기에도 동일한 기조가 이어졌다.
부문별로 보면 설비투자는 기계류를 중심으로 1.6% 올랐다.
민간소비는 의류 및 신발 등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0.2% 증가했고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를 중심으로 0.5% 늘었다.
그러나 건설투자가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3.2% 뒷걸음쳤다. 수입도 자동차, 원유 등을 중심으로 0.1% 후퇴했다.
수출은 반도체 등 IT 품목을 중심으로 0.3% 증가했다.
성장률 기여도 측면에선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등이 각각 0.2%p와 0.1%p씩 성장을 끌어올렸다. 건설투자는 성장률을 0.5%p나 깎았다.
업종별 성장률을 보면 제조업(0.1%), 서비스업(0.3%) 등이 증가했으나 농림어업(-3.9%)과 건설업(-3.5%) 등이 하락했다.
지난해 실질 GDP도 전년 대비 2.0%로 한은의 전망치(2.2%)보다 낮았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건설경기 부진은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되고 하반기에 공공 부분 대규모 공사가 예정돼 조금 완화될 것”이라며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도 건설 불황 심화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경제심리가 위축돼 지난 11월 전망치(0.5%)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4분기에도 0%대 성장…건설투자 부진 심화 등
한국경제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계엄쇼크에 건설투자가 부진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지난해 건설투자 증가율은 GDP 연간성장률 부문에서 가장 낮은 –2.7%를 기록하며 전년(1.5%) 대비 마이너스 전환했다.
신 경제통계국장은 “기존의 건설 선행 지표인 건설 수주나 착공이 좋지 않았고 지난달에는 신규 분양 실적이 많이 안 좋았다”며 “4분기 실적치(0.1%)가 기존 전망치(0.5%)에서 하향됐는데 건설투자와 민간소비 영향이 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3분기에는 건설경기가 분양 등에서 일시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4분기 들어 실적이 좋지 않았다”며 “인건비와 공사 원가 등이 많이 올라가 착공과 분양 등이 지연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건설투자는 12월 중 아파트 분양실적(2만1000호)이 당초 계획인 2만5000호를 크게 하회(-17.2%)하는 등 부진이 더 심화됐다.
한은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작년 3분기 개선됐던 소비가 4분기 중 다시 약화됐다고도 판단했다. 게다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발생하면서 경제심리는 바닥을 쳤다.
12월 말부터 카드사용액의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됐고 고가 비중이 높은 수입자동차 판매도 더욱 위축됐다.
신 경제통계국장은 “고물가, 고금리 부담이 완화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민간소비가 회복될 것이라고 봤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민간소비가 저조했다”고 했다.
한은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의 또 다른 변수로 미국 신정부 출범과 최근 정치권에서 공방을 벌이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꼽기도 했다.
신 경제통계국장은 “미국의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여러 행정명령이나 관세정책 등이 나오고 있어 내달 전망치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추경 부분이 가시화되는 것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 4분기 성장률이 전망치의 5분의 1로 나타나면서 한은이 너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경제통계국장은 “4분기 전망과 실적의 0.4%p 차이가 전부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11월 전망 시 예측할 수 없었던 변수와 이미 부진이 예상됐던 부분이 악화된 것이기에 전망실패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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