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B 의무화→에너지 성능지표 설계기준 강화 선회
공사비 증가, 건설 경기 악화 등 고려
‘5등급 수준’ 설계기준, 에너지자립률 13∼14%로 정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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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한양아파트 전경./사진:강남구청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올해 실시될 예정이었던 민간 건축물의 제로에너지빌딩(ZEB) 인증 의무화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사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정부는 에너지 성능지표 설계기준을 강화해 건축물의 에너지부하를 최소화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연면적 1000㎡ 이상 또는 30가구 이상 민간 건축물에 대해 에너지 성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을 올 하반기 중 고시할 예정이다.
ZEB 인증은 건축물의 에너지부하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생산량 등을 평가하는 제도다. ZEB 등급은 단위면적당 에너지 소비량 대비 생산량으로 계산되는 에너지자립률에 따라 최고 1등급(100%)에서 최저 5등급(20% 이상∼40% 미만)으로 분류된다.
당초 정부는 2019년 발표한 ZEB 의무화 로드맵과 2021년 녹색건축 활성화 방안 등을 통해 올해 민간 건축물 ZEB 인증 의무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ZEB 5등급보다 기준을 완화한 ‘5등급 수준’의 설계기준으로 선회한 것이다.
다만, 기존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의 ZEB 인증 통합은 그대로 올해부터 이뤄진다. ZEB 인증을 통해 용적률, 최고높이 등 건축기준 완화 인센티브를 받고자 하는 건축주는 ZEB 인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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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은설희 기자 |
ZEB 5등급 수준의 에너지 성능지표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자체 분석을 통해 ZEB 5등급의 80∼90% 설계기준이면 5등급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잠정 판단하고 있다. 에너지자립률로 보면 약 13∼14% 수준을 충족하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는 ZEB 인증 의무화가 보류되면서 부담을 한결 덜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ZEB 인증이 의무화되면 공동주택의 공사비가 최대 8%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각 지방자치단체의 건축허가 조건으로 ZEB 인증을 요구해 인허가 규제로 작용할 수 있었지만, 이런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와 달리 이번 민간 ZEB 인증 의무화 보류에 기한을 두지 않을 방침이다. 사실상 의무화 폐지나 다름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 건축물까지 ZEB 인증을 의무화하면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설계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했다”며,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등에 따라 변동될 수는 있지만, 현재로선 민간 부문의 ZEB 인증 의무화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공공 부문의 건축물 ZEB 기준은 의무화 로드맵에 따라 강화됐다. 2020년부터 ZEB 인증(5등급)이 의무화된 공공 부문은 올해부터 업무시설 등 17개 용도의 연면적 1000㎡ 이상 건축물에 한해 ZEB 인증 4등급을 충족해야 한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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