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현직대통령 체포ㆍ구속에도
구인ㆍ현장조사는 모두 실패
檢, 내달 5일 전후 기소 전망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12ㆍ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3일 윤 대통령 사건을 검찰로 보내고 기소를 요구했다. 윤 대통령 구속 이후 나흘 만이다.
다만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체포ㆍ구속했지만 제대로 된 조서조차 남기지 못한 채 빈손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공수처는 ‘공수(空手)처’라는 오명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 연합뉴스 |
공수처는 이날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 요구 처분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은 없고, 판ㆍ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갖고 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피의자는 내란 우두머리라는 국가적으로 중대한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계속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형사사법 절차에 불응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가 계속 조사를 시도하기보다는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검찰이 그간 수사 상황을 종합하고 필요한 사항을 추가 조사하는 것이 사건 진상규명에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위헌ㆍ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 등을 받는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윤 대통령이 야당의 특검ㆍ탄핵 압박으로 정치적 수세에 몰리자 위헌ㆍ위법적인 비상계엄을 통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는 게 공수처의 판단이다.
앞서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출석 요구에 세 차례 불응하자 서울서부지법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두 차례 체포 시도 끝에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 공수처로 압송돼 10시간가량 조사를 받았지만 대부분의 질문에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했고, 조서에 서명ㆍ날인도 하지 않았다. 피의자 본인이 서명하지 않은 신문조서는 재판 단계에서 증거능력을 가질 수 없다.
지난 19일 서부지법의 영장 발부로 구속된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공수처 조사를 계속 거부했다. 공수처는 강제구인과 서울구치소 현장 조사까지 시도했지만,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변론 준비 등을 이유로 거부하면서 모두 실패했다.
결국 공수처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이날 검찰에 윤 대통령 사건을 넘겼다. 공수처는 체포 기간을 포함해 최대 20일인 구속 기간을 검찰과 열흘씩 나눠 쓰되, 공수처가 열흘보다는 일찍 검찰에 기록을 송부하기로 사전에 협의한 상태였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조만간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간 연장을 법원에 신청할 전망이다.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거쳐 다음달 5일 전후로 기소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공수처에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논란에 시달려왔다. 서부지법이 체포ㆍ수색영장을 발부한 이후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이의신청이나 체포적부심은 모두 기각됐을 뿐만 아니라 구속영장도 발부됐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게다가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 사건 재판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을 청구해 이른바 ‘영장 쇼핑’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검사장 출신의 A변호사는 “수사 경험이나 실적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내란죄 수사권을 갖지 못한 공수처가 윤 대통령 수사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참사”라며 “향후 재판 단계에서도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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