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성장률 각각 0.1%, 2.0%로 ↓
주요 IB 등 “한은, 내달 금리인하 가능성 높아”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계엄사태 이후 정국혼란 여파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 중반대로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소비심리도 얼어붙은 가운데 내수부양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며 한국은행이 2월에는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내달 25일 있을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점친다.
특히 지난 23일 발표된 4분기 경제성장률 및 연간 전망치가 한은의 예상을 큰 폭으로 하회하면서 내달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1%로 한은의 기존 전망치(0.5%)의 5분의1로 집계됐다. 연간으로도 2.0%로 지난 11월 전망(2.2%)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예상보다 낮은 한국의 작년 성장률은 2월 금리인하 재개 가능성을 제고한다”며 “중앙은행은 지난해 10월과 11월에 연이어 금리를 인하했고 1월에도 완화 압력이 있었으나 금리를 동결했다”고 전했다.
1월 금리인하의 발목을 잡은 것은 지난해 말부터 높아진 원·달러 환율이었다.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으로 지난 11월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넘겼고 비상계엄 이후 연말에는 1472.5원을 기록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다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에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예상외로 고관세 정책을 미루면서 달러 강세가 일부 완화되는 모습도 있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한 달여 만에 장중 1420원대까지 떨어졌고 진정세가 계속된다면 2월엔 금리인하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IB) BofA(뱅크오브아메리카)도 “한국은 현재 환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성장 둔화 대응을 위해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며 “기업과 소비자의 신뢰 회복을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해 2월 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고 올해는 총 3회 인하가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재정정책과 장기적 경제성장을 위한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신년사에서 “통화정책을 진통제로만 사용한다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단기적 부양과 함께 신산업 부재, 가계부채 등 구조적 문제에 집중해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연준은 이날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로 동결했다. 상단 기준으로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차는 1.5%p로 유지됐다. 금리역전 현상이 장기화될수록 원화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한은이 내달 미국과 금리차를 벌릴지 주목된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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