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종호 기자] 건설업 불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시중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한도를 줄이고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건설업 전망도 밝지 않아 건설사들은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31일부터 건설업체 신용평가 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에만 10억원 초과 신규 대출을 허용한다. 다만, 우리은행 예·적금 담보대출, 100% 보증서 담보대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을 비롯한 결제성 자금 등은 제외된다. 신용등급이 취약하다고 판단되면 대출의 80% 이상 보증을 조건부로 대출이 실행된다.
KB국민은행은 2023년 하반기부터 건설업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작년에는 건설업 연간 순증 대출 한도를 12조5000억원으로 제한했다. 하나은행도 건설업종을 위험 업종으로 정해 대출 한도를 보수적으로 관리해왔다. 당장 추가 한도 제한 계획은 없지만, 업황이 더 나빠지면 리스크관리위원회 결의를 거쳐 관련 관리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 역시 2023년부터 건설업 대출 취급 기준을 강화했고, 지난해에도 대출 심사를 우량 사업장 위주로 선별해서 해왔다. 특히 건물건설업은 지난해 초부터 일반적인 신규 여신 취급이 아예 불가능하도록 엄격한 기준을 설정했다. 우량 차주만 심사 소관 부서가 예외적으로 취급하도록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건설사 대출의 부실과 향후 건설경기 부진이 겹치며 대출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며 "건설 경기가 살아나기 전 까지 이런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건설업에 대한 보수적 대출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실행된 대출의 연체율이 상승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건설업황도 부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말 평균 0.47%로 집계되며 전체 원화 대출 연체율 평균(0.35%)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이들 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은 2023년 4분기 말 평균 0.45%에서 지난해 1분기 말 0.74%로 치솟고서 2분기 말 0.52%, 3분기 말 0.48%, 4분기 말 0.47% 등으로 점차 낮아졌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건설업 전망도 좋지 않아 앞으로 대출에 대한 보수적 관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건설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달보다 2포인트(p) 하락한 5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 건설투자가 지난해보다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초 0.7% 감소 전망에서 더 후퇴했다.
부진을 지속해 온 건설투자는 정부의 사회간접 자본(SOC) 예산확대에 따른 토목투자 증가에도 지난해 건설수주 및 인허가 급감과 부동산PF 부실화 등 악재가 겹치며 부진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 부진의 한 축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올해 16조2000억원 규모의 부실 부동산PF 사업장이 정리된다.
문제는 올해도 지난해처럼 조단위의 추가 부실이 발생할지 여부다. 지난해 6월말 기준 부동산PF 사업성 평가를 진행해 21조원 규모의 부실 부동산PF를 파악한 후, 나머지 정상·보통등급의 부동산PF 사업장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재평가해 추가 부실 2조~3조원 규모를 정리대상으로 포함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건설투자는 1.4% 줄어든 302조원 수준으로 올해 건설투자는 2024년 대비 1.2% 감소해 300조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세부적으로 공공 및 토목투자는 보합세로 판단되며, 민간과 건축투자는 부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건축부문은 주거용과 비주거용이 각각 2% 내외의 감소세가 예상된다.
이종호 기자 2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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