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누적 기준 3조원 넘어
승객 1명 태우면 858원 손실
노인 연령 상향 목소리 커져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 한 노인이 개찰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고령사회 진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난해 무임승차로 인한 서울교통공사의 손실금이 4000억원을 넘어섰다. 최근 10년간 누적 기준으로는 3조원을 돌파했다.
무임승차 손실금의 대부분은 노인 무임승차로 발생한 것인데, 이대로 방치하면 서울교통공사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서울지하철이 멈춰서는 상황까지 우려된다.
2일 윤영희 서울시의원(국민의힘ㆍ비례)에 따르면 공사의 적자(당기순손실)가 2023년 5173억원에서 2024년 6947억원으로 급증했다. 공사는 2028년께는 적자가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서울 지하철의 요금현실화율(수송원가 대비 운임 비율)은 55%에 그친다. 승객 1명을 태울 때마다 858원씩 손해를 보는 셈이다.
적자의 주원인으로는 무임승차 손실금이 지목된다. 지난해 무임승차로 인한 서울교통공사의 손실금은 4134억6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85%인 3511억6700만원은 만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로 발생했다. 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무임승차 누적 손실금은 지난 10년간 3조원을 돌파했다.
65세 이상 노인을 비롯한 무임승차 손실액은 하루 평균 11억1000만원에 달한다. 공사는 당장 올해 운영자금이 8570억원 정도 부족할 것으로 추정했다.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가 쌓이는 현실에 공사는 어음(CP) 발행 등으로 겨우 메우고 있지만, 현금 흐름에 차질이 생긴다면 채무불이행 사태가 생길 위험도 적지 않다. 최근 서울연구원은 향후 서울 노인 무임승차에 따른 누적적자가 최대 12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시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지하철 요금을 150원 인상하기로 했지만, 자금난의 근본 원인인 무임승차 손실을 해결하지 못하면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인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고 있다. 40여년 전 제정된 노인복지법을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은 65세 이상을 경로자로 지정했다. 이후 고령층 기대수명은 66.7세에서 84.3세(2024년 기준)로 17.6세가량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윤 의원이 여론조사 기관 위드리서치에 의뢰해 만 19세 이상 서울 시민 11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민 70.8%가 노인 기준 연령으로 ‘70세 이상’을 선택했다.
자신을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나이도 높아졌다. 보건복지부의 ‘2023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으로 생각하는 연령’ 기준은 평균 71.6세로 나타났다.
지난달 12일 서울시가 주관한 ‘규제철폐 대토론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무임승차 교통카드를 발급받은 58년생 한 노인이 “어르신 카드를 실버 카드(75세 미만)와 어르신 카드(75세 이상)로 이원화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중근 대한노인회 회장(부영그룹 회장)도 최근 노인 기준 연령을 매년 1년씩 상향해 65세에서 75세로 높이자고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이러한 변화 흐름 속에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70세로 기준 상향’, ‘출퇴근 시간대 이용 제한’, ‘노인에게 일정 금액의 교통이용권 제공’ 등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일부 광역시에서는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하고 있다. 대구시는 2028년까지 무임승차 연령을 매년 1년씩 조정해 70세까지 상향할 계획이다. 대전시에서는 70세 노인부터 도시철도와 버스 등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현행 노인복지법에서 정한 기준이 만 65세 ‘이상’이라는 점을 이용했다.
서울시는 이달 중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을 주요 의제로 다룰 인구정책위원회를 신설한다. 이곳에서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도 대대적으로 손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호수 기자 lake8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