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최장주 기자] 카드산업이 핀테크 기업과의 경쟁 심화와 수수료 규제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가운데, 데이터 활용과 혁신적 서비스 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 배진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카드 수수료 규제의 해외사례와 정책적 시사섬’ 보고서를 통해 카드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혁신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하는 종합적 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2025년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에 따르면 오는 14일부터 카드수수료는 0.05%p~0.1%p까지 인하될 예정이다. 카드 업계의 수수료율 인하 여력은 연간 약 3000억원으로 산정돼 이전 개편 시기인 2015년(6700억원), 2018년(1조4000억원), 2021년(6900억원)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카드사들은 규제 강화로 인한 수익 감소와 당면한 가운데, 데이터 기반의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카드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스퀘어 파이낸셜 서비스(Square Financial Services)는 실제 카드 매출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기존의 신용평가 방식 대신 가맹점의 일일 카드 매출정보를 분석해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또한, 상환 방식도 혁신적이다. 매월 고정된 금액을 갚는 대신, 가맹점의 일일 카드 매출에서 일정 비율을 자동으로 상환금으로 징수한다. 이는 가맹점의 현금 흐름에 맞춘 유연한 방식으로, 특히 계절성이 있는 사업이나 매출 변동이 큰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된다.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는 거래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가맹점의 사업 성과와 수익성 개선을 지원하는 컨설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배진수 연구위원은 “한국에도 데이터를 활용한 혁신 사례들이 존재하지만, 해외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단순히 데이터를 가공하는 것을 넘어서, 가맹점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의 정부 주도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2016년부터 금융 부문 기술 및 혁신 지원 제도(FSTI)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2년부터 시작된 FSTI 3.0에서는 1억5000만 싱가포르 달러를 투자하고 혁신 가속을 위한 사업 비용의 50%까지 지원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금융 산업의 혁신을 장려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배 연구위원은 “카드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규제와 혁신 지원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시대에 맞는 규제 체계와 함께 데이터 활용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2012년 도입된 적격심사제도는 ‘가맹점 수수료 부담 경감’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전업카드사 8곳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중은 전체 수익의 약 29%로, 2010년 60%대에서 크게 감소했다.
최장주 기자 cjj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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