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스와프 재개ㆍ기업투자법 처리 등 선제 대응책 시급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며 원ㆍ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는 주력산업 부진과 금융리스크가 결합해 복합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4일 발표한 ‘환율 급등 시나리오별 경제적 임팩트 및 대응’ 보고서에서 “최근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 약화와 한미 금리역전 등 구조적 요인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상승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환율 급등이 그간 잠재돼 있던 금융리스크와 결합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과거 탄핵 사례와 달리 현재 국내 경제는 내수부진,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주요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내외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치적 갈등 지속 기간에 따라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충격의 강도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SGI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정치와 경제가 분리돼 정책 대응이 원활한 경우 원ㆍ달러 환율은 1400원대 등락이 예상된다. 그러나 한미 금리역전 지속과 트럼프의 관세인상 예고로 연중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수입품 관세 부과(전 세계 수입품 10%, 중국 수입품 60%)는 자국 물가를 자극해 금리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한미 금리 역전 폭을 더욱 확대시켜 원ㆍ달러 환율에 4% 이상의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정치권 갈등이 장기화하면 환율이 5.7%의 상승압력을 받아 15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투자ㆍ소비 심리 위축, 재정 공백 발생, 통화ㆍ통상 정책의 효과적 대응 지연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주요 전망기관 예측치(한은 1.6~1.7%, KDI 2%)보다 낮은 1.3%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GI 김천구 연구위원은 PF 구조조정, 자영업 대출 및 가계부채, 주력산업 부진 등 잠재된 리스크가 환율 급등과 맞물리면 실물ㆍ금융리스크와 결합한 복합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며 “특히, 글로벌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으로 석유화학ㆍ철강 등의 신용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외화차입 기업들의 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세 가지 주요 대응책을 제시했다.
우선,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와 해외 IR 활동을 통한 외환시장 안정화다. 현재의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시안정펀드 외에도 P-CBO 공급 확대,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ㆍP 매입기구 설치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투자 심리 회복을 위한 반도체특별법ㆍ전력망특별법 등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추경 편성 시에는 정부소비(0.85조원), 정부투자(0.64조원), 이전지출(0.20조원) 등 GDP 승수효과를 고려해 반도체 산업 보조금, 에너지 기반시설 확충 등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취약부문 보호망 강화를 꼽았다. 중소기업을 위한 저리 대출 확대와 금리ㆍ보증료 우대 지원을 강화하고, 석유화학ㆍ항공ㆍ철강 등 환율 급등 피해 예상 산업에 대해 긴급경영안정자금 및 기간산업안정기금 활용을 제안했다.
박양수 SGI 원장은 “환율 급등과 정치적 불확실성, 글로벌 경제 변화가 맞물린 현재 상황에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다양한 대응책들이 실질적으로 실행되고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치권과 정부, 기업 등이 협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용 기자 hyo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