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4일 ‘2024년 지주ㆍ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에서 공개한 금융사고 현황은 금융회사의 총체적 난맥상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3개사에서 적발된 부당대출 규모만 총 482건, 3875억원에 달했다. 전체로 확대하면 적발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다.
고질적인 금융사고의 원인으로 금감원은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실적주의 경영을 꼽았다. 돈벌이를 우선시하다보니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업무행태가 만연하고, 탈법의 문턱을 낮추는 부작용이 뒤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 임직원이 브로커나 다른 임직원과 공모해 대출서류를 조작하고 전결권을 임의 변경하는 등 조직적이고 교묘한 방법으로 내부통제를 무력화한 사례가 확인됐다”고 신랄한 어조로 고발했다.
또다른 특징은 금융사고가 일부 직원의 일탈에 그치지 않고 고위직부터 선을 넘어 조직 전체의 문제로 비화했다는 점이다. 고위직의 부당대출 적발 규모가 3145억원으로 전체 81%에 달하며 다수 사례에선 금품수수까지 적발됐다. 우리은행의 경우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적발 규모가 730억원에 이르러 NH농협은행 전체 적발 규모 649억원보다 많았다. 고위직이 앞장서니 중간간부와 하위직까지 준법의식이 흐려지고 임직원 대다수가 연루되는 병리현상에 빠져든 것이다. 오죽하면 이복현 금감원장이 “은행 자원을 사익 위한 도구로 삼아 위법행위 및 편법영업을 서슴지 않았다”고 일갈했겠나.
이날 발표를 고려하면 금융회사의 조직문화가 쇄신되지 않고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회사 스스로 단기 성과주의를 지양하고 건전성ㆍ리스크관리 중심의 경영 확립에 힘써야 한다. 이사회가 회장ㆍ경영진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감시하는 견제 기능도 되살려야 한다. 당국도 이들 회사의 개선 노력을 주시하면서 철저한 감독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