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승수 기자] 올 1월 문을 닫은 건설사가 300곳을 훌쩍 넘기며 건설업 생태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하루 10곳 이상이 문을 닫은 셈인데, 건설경기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탓에 건설업을 접는 건설사들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건설업에 새로 진출하는 신규 업체 유입 속도는 크게 꺾였다.
건설경기가 어려운 만큼 건설업에 선뜻 들어서지 못하면서 건설업의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10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 1월 건설사 폐업신고 건수(변경ㆍ정정ㆍ철회 포함)는 332건으로 이 중 종합건설업체는 58곳, 전문건설업체는 274곳이었다.
지난달 폐업신고 건수는 최근 5년에 비해서도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1월 기준 2024년(417곳)과 2022년(344곳)을 제외하고는 2021년(219곳), 2023년(308곳)보다 많다.
작년 한해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폐업신고 건수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폐업신고 속도가 심상치 않은 것이다.
폐업신고한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 대다수는 ‘사업 포기’를 사유로 들었다.
코로나19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갔던 자잿값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고, 결국 유동성 위기로 번지면서 건설업을 그만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첫 달부터 폐업신고가 속출하면서 건설시장엔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폐업신고 건수가 상승곡선을 유지하고 있는 탓에 올해도 건설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한숨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건설사들조차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영세한 중소건설업체에 폐업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종합건설업체보다 전문건설업체의 폐업신고 건수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전문건설업체는 지난해 최악의 해를 보낼 만큼 수주가 급감했는데, 올해도 그 여파가 이어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한가득이다.
사정이 더욱 심각한 것은 건설업의 신규 업체 진출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건설업 신규 등록 건수는 9084건으로 전년(9903건) 대비 10% 가까이 감소했다.
건설업 신규 등록 건수는 지난 2022년 1만4248건을 기록한 이후 2023년 들어 1만건 밑으로 떨어졌고, 작년에도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1월만 놓고 보면 △2022년 4730건 △2023년 674건 △2024년 688건 △2025년 492건으로 올해가 가장 저조하다.
주택건설업으로 좁혀놓고 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주택건설업 신규 등록 업체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가장 적었다.
실제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건설업 신규 등록 업체는 421개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363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택건설업 신규 등록 업체는 3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1년 2191개에 달했던 신규 등록 업체는 2022년 1086개로 반토막난 뒤 2023년 429개로 또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주택건설업 등록을 자진 반납한 업체는 796개였다. 2023년(843개) 대비 다소 줄었지만, 10년 장기 평균(606개)과 비교하면 200개 가까이 많은 규모다. 사업을 영위할 수 없어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어려울수록 영세한 업체가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면서 “올해 공공부문과 함께 민간부문의 발주가 나아지지 않으면 건설경기는 암흑기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수 기자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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