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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강도현 제2차관은 민ㆍ관 AI전문가들을 모아 6일 서울 중구 국가AI위원회 회의실에서 국내 AI산업의 경쟁력을 진단하고 점검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심화영기자 |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정부가 민간과 공동으로 인공지능(AI) 강국을 강조하고 나섰다. 국가AI위원회는 지난해 9월 26일에 출범한 이후 6일 첫 긴급회의를 열었다. ‘뉴럴 스케일링 법칙’에 따라 AI모델 크기와 데이터 양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세계가 딥시크의 등장으로 저사양 그래픽처리장치(GPU)로도 효율을 낼 수 있다는 충격에 한국AI도 알고리즘 효율화로 앞서 나갈 수 있단 시사점을 던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AI위원회는 중국 ‘딥시크’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달 31일 국내 AI전문가들을 긴급 소집했다. 6일 서울스퀘어 AI위원회 회의실에 모인 13명의 AI전문가들은 정혜동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인공지능PM의 ‘딥시크 AI의 주요특징 및 시사점과 국내 AI산업의 경쟁력’이란 주제발표로 긴급 회의를 시작했다.
정 PM은 “중국에서 나오는 서비스 중 인터넷이 연결돼 있는 경우는 개인정보침해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고, 오픈소스 역시 생태계에 록인되는 것에서 자유로울수 없다”면서 “우리만의 독자적인 모델을 만들어야 하고, 우리나라는 거대모델 뿐 아니라 소형모델도 있어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력·반도체 분야는 차후 간담회가 마련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산업계에선 배경훈 LG AI연구원장과 신용식 SK텔레콤 부사장 오승필 KT CTO 등 통신사와 김병학 카카오 부사장과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등 포털업계에서 참석해 AI모델에 대한 토론이 주로 이뤄졌다.
◆전문가들 ‘기업이 바라보는 딥시크’ 토론 = 샘 알트먼 오픈AI 회장과 지난 5일 만난 카카오가 토론을 열었다. 김병학 카카오 부사장(카나나알파 성과리더)은 “알트만과 여러개의 모델을 한꺼번에 써서 사용자에게 고품질의 답변을 제공하는 것을 논의했다”면서 “딥시크가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AI모델의 비교를 점수로 공공연하게 하는 부분은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신용식 SK텔레콤 부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같이 미팅을 샘 알트먼과 했다”면서 “일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는데 일본은 소프트뱅크가 민간 주도로 리딩하고 정부 도움을 받아 전반적인 생태계를 리딩하는 모습인데, 한국은 그 부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신 부사장은 “AI 컴퓨팅 인프라 비용은 대기업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보니 학계나 스타트업은 더 어려운 부분이고 큰 형태의 K-LLM이라고 한다면 누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지 고민할 때”라고 덧붙였다. 소버린AI가 AI종속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국방, 제조 경쟁력이 털릴 수밖에 없다고 신 부사장은 우려했다.
자체 파운데이션 LLM 엑사원을 공개한 LG는 딥시크의 상용화 확대에 더욱 안타까움을 전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작년에 한국에서 자체 LLM을 만드는게 과연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면서 “LG가 자체 AI모델인 ‘엑사원’을 만들어 가치창출을 하고 있지만 그룹차원을 넘어 글로벌로 엑사원을 공개하는 부분이 약했고, 엑사원을 오픈소스 모델로 낸 이유는 한국의 저력을 증명하기 위한 것도 있었고 산업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배 원장은 엑사원 모델을 만들 때 H100에 70억원을 투입했다고 공개했다.
배 원장은 “딥시크의 R1이 ‘생각’ 단계라면 엑사원은 ‘액션’ 단계로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면서 “딥시크는 실제 서비스에 있어 법적 문제 등이 있을 수 있고, AI 역시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도 확보해야 하는데 ‘엑사원’의 사양이 낮은 것은 산업현장의 니즈에 맞춘 것으로 데이터 컴플라이언스 이슈를 필터링하는 기술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조준희 초거대AI협회 회장(한국SW산업협회장)은 자신감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스노우플레이크 AI플랫폼에 가보면 한국어 관련해서 세계 최고 수준의 LLM이 올라가 있다”면서 “LLM은 OS라고 인식하면 되고, 결국 멀티LLM으로 가기 때문에 한국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고 있는 오성필 KT CTO는 “요즘은 GPU 잘 구하는 교수가 유능한 교수인 게 현실인데 여기에 돌파구를 던져준 게 딥시크”라면서 “인프라 문제도 있지만 결국은 데이터가 중요한데 크롤링해서 쓸 수 있는 데이터 수준이 아니라 모델에 생각을 불어넣을 줄 수 있는 데이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현재 KT는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비롯해 여러 가지 라인의 모델을 만들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한국적 AI모델’이 뭔지에 대해 학계와 논의하고 있다. 오 CTO는 “가장 힘든 단계는 안전한 AI모델을 훈련시키는 것으로 딥시크는 이 부분을 많이 건너뛰었다”면서 “양질의 모델을 평가하는 기준이 제각각인데 이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강원 모레 대표는 “딥시크는 엔비디아 GPU 많이 사는 것이 AI 경쟁력으로 인식되던 것을 AI구현의 기술력이라는 화두를 던졌고, 모레가 저비용 GPU로 효율을 올리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라면서 “이 부분을 설명하기 쉽지 않던 차에 딥시크가 등장해 반가우면서도 부러웠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인도 정부의 경우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사업자를 선발할 때, 100점 만점에 30점이 반도체의 다양성에 점수가 할당돼 있다”면서 “소버린AI 역량을 갖추기 위해 대안적인 다양한 반도체를 구입할 수 있도록 정부도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 “우리는 왜 안돼?” = 김두현 국가AI위원회 인재·인프라 분과위원(건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교수 채용 공고에 우리나라 AI대학원을 졸업하고 지원하는 지원자가 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나 산업에 파고들 수 있는 융합인재에 대해선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면서 “AI G3는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며 오픈AI가 넘을 수 없는 벽은 아니라는 것을 딥시크의 등장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딥시크는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순식간에 주도권을 잡은 만큼 오픈소스 전략도 국가에서 신경쓸 필요가 있다”면서 “지원정책 뿐 아니라 가시적인 ‘추격조(정부 산하기관에 맡기지 말고)’를 만들어 정부가 파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3년 안에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가 나올 것으로 본다는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딥시크의 등장으로 절망적인 측면도 있다”면서 “한국도 양질의 기술은 갖고 있고 중국에도 딥시크 같은 회사가 더 많이 있는데 격차가 났던 이유는 국가가 AI전략자원으로 보고 지원을 할지 정확한 답을 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카카오와 네이버 데이터를 쓰려면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추격조가 생긴다면 파격적으로 데이터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는 아울러 글로벌 AI 인재를 데려올 수 있다면, 연말에 10개의 딥시크 수준의 한국 회사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배경훈 원장은 “오는 2028년 되면 전 세계 데이터를 AI가 학습하고 합성데이터를 만들어 낸다”면서 “H100 투자비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기업들에 쏟아부어 연내 증명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용식 SK텔레콤 부사장은 “맨 밑바닥에 있는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은 공감하다”고 했다.
조준희 초거대AI협회 회장은 “추격자 프로젝트는 공공기관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활용하자”면서 “딥시크가 엔비디아의 쿠다를 적게 쓴 딥시크의 노력이 효율을 높였는데, 이 부분을 정부가 생태계를 육성하는 데 신경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네이버는 사명감을 갖고 AI를 하고 있고, 딥시크 이후의 변화라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등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고 했다. 김 대표는 네이버 AI 경쟁력 관련, “지난해 하이퍼클로바(HyperClova) 모델을 개선했지만 관심을 받지 못했다”면서 “기업도 응원이 촉매제가 돼 투자를 늘릴 수 있고, 정부와 기업은 로드맵과 레퍼런스 체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강 차관은 “기업 자체가 갖고 있는 연간 투자 여력이 있는데, 투자 여력 자체가 기업들이 굉장히 작았다는 데 놀랐다”면서 “정부가 그동안 인프라에 집중해 온 이유이며, 현재 AI 전략자산화하겠다는 법안이 계류중이고 투자는 정부뿐 아니라 민간 투자도 활성화돼야 하고 인센티브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각기 요구하는 데이터가 다른데 AI기본법의 하위법령을 정비할 때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강 차관은 “산업계는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느꼈고, 정부의 고민은 데이터 지원보다는 GPUㆍNPU 등 인프라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기업도 호흡을 같이 해달라”고 했다.
한편 현재 과기정통부는 부내에 최근 출시된 딥시크 R1에 대해 정보보안과 개인정보보호 등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우리부 정보통신망(인터넷망)에서 딥시크 접속을 차단한 상태다. 보안문제에 대한 검토가 완료될때까지 잠정적으로 행한 조치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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