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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좌초 후폭풍…완전자본잠식 석유공사, 신사업 동력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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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10 08:48:58   폰트크기 변경      

빚내서 시추 강행했지만, 추가 시추 예산 확보 어려워
자본총액 –1.4조원…수천억 회사채 발행 추진
일각에선 “김동석 사장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지난 4일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시추 작업을 마치고 돌아간 웨스트 카펠라호 전경./ 사진:석유공사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전 국민에게 산유국의 꿈을 꾸게 했던 동해안 가스전 개발사업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시추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개발을 주도했던 한국석유공사의 신사업 동력도 한순간에 꺾였다. 석유공사는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재무구조 속에서 시추 비용을 모두 떠안으며 사업을 추진했지만, 유의미한 가스 징후를 확인하지 못하면서 추가 시추를 위한 예산 확보도 어려워졌다. 대통령까지 나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가스전 개발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과거 해외자원개발 실패 이후 계속된 암흑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 완전자본잠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자산(19조7799억원)에서 부채(21조1664억원)를 제외한 자본총액은 –1조3864억원에 달한다. 이는 7조원 넘게 손실을 본 하베스트 유전 등 과거 자원개발사업 실패의 결과다. 현재 석유공사는 이자 비용으로만 매년 약 5000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차 시추 작업에 투입된 약 1000억원의 비용은 모두 석유공사가 부담했다. 당초 석유공사와 정부가 각 505억원씩 부담하려 했으나, 국회 예산심의에서 정부 신청 예산이 대거 삭감돼 비용 대부분을 석유공사가 떠안았다. 해당 비용은 알뜰주유소 등 다른 사업예산에서 메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가 재기할 기회였다. 정부가 직접 나서 “개발에 성공하면 경제적 효과가 삼성전자 시가총액 5배에 달한다”고 홍보했고, 조광료율 조정 등 각종 행정적 지원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하지만 1차 시추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석유공사의 자원개발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만 강화됐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추에 들어가기 전부터 워낙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고, 국민적 기대감을 높여놨다. 당시에도 ‘결과가 안 좋으면 어떻게 하려고 하나’라는 우려가 들었다”라며, “해외자원개발 실패로 비판받았던 석유공사가 대왕고래까지 좌초되면 앞으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겠나.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려면 돌파구가 있어야 하는데, 상황이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동석 석유공사 사장 등 경영진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사장은 지난해 9월 만료 퇴임 예정이었지만,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올해 9월까지 임기가 1년 연장됐다. 시추 예산이 국회에서 삭감된 이후에는 자체 시추 비용 및 기타 사업 운영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59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기도 했다.

다른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에서 이익을 본 것은 전문성 논란이 있던 분석업체 액트지오와 시추업체 시드릴, 그리고 김동석 사장밖에 없는 것 아니냐”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했던 것은 맞지만, 사업 추진을 위해 임기까지 연장됐으면 1차 시추 결과에 따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일 최남호 2차관 주재 백브리핑을 통해 “대왕고래 시추 결과 가스 징후가 일부 있었으나, 규모가 유의미하지는 않았다. 경제성을 확보할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동해 심해가스전 전체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머지 6개 유망구조에 대한 탐사 시추도 해봐야 한다”며 탐사시추를 지속할 뜻을 내비쳤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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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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