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원스톱’ 제도…1720명 지원
‘발굴ㆍ사회 복귀ㆍ사후관리’ 3단계
‘부모 대상 상담ㆍ멘토링 교육’ 실시
전국 28개 기관서 정책 벤치마킹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고립은둔청년은 절대 혼자 힘으로 문밖으로 나올 수 없습니다.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자들이 쉽게 유혹에 흔들리는 것처럼, ‘고립’도 ‘재발’하지 않도록 주변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지난 7년간 고립은둔청년 생활을 끝내고 사회 복귀에 성공한 김미성(가명ㆍ32)씨는 “고립은둔청년들의 문제를 절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수년간 사회와 벽을 쌓은 이들은 몸과 마음이 병든 경우가 다수”라며 “방치하면 더 큰 사회적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2023년 정부가 처음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국내 고립은둔청년은 54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같은 해 보건복지부가 84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청년 중 75.4%이 자살을 생각했고, 이 중 26.7%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내용의 각종 통계들이 주목받으며 고립은둔청년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이 공감을 얻었고 최근에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적ㆍ제도적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5월 서울 종로구 서울청년기지개센터에서 고립은둔 경험 청년들과 송편을 빚으며 대화하고 있다. / 사진 : 서울시 제공 |
정부와 지자체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방 안에 꼭꼭 숨어버린 청년들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이다.
서울시가 가장 먼저 해법을 찾았다.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발굴에서 사회복귀, 사후관리까지 원스톱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서울청년기지개센터’를 지난해 9월 개관했다. ‘서울 내 고립은둔청년 13만명을 모두 찾아 복귀시키겠다’는 의지로 설립된 서울청년기지개센터는 개관 이후 6개월 만에 약 2566명의 고립은둔청년 등을 발굴하고, 1720명을 지원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시는 ‘고립’되지 않은 그들의 ‘부모’를 발굴ㆍ모집하는 데 초점을 뒀다.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은 “방문을 걸어 잠근 아이를 보며 가장 마음이 아픈 사람은 사실 부모”라며 “기지개센터에서는 부모에게 이들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을 알려주는 실전형 교육과 상담, 고립은둔을 극복한 ‘가족 멘토’ 양성 제도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반응이 뜨겁다”라고 말했다.
![]() |
지난해 7월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 참여자들이 일상회복을 위한 신체회복 프로그램 중 산책 활동에 나선 모습. / 사진 : 서울시 제공 |
어렵게 마음을 열고 기지개센터를 찾아온 청년들은 ‘일상회복-관계망 형성-사회진입’까지 총 3단계로 구성된 50여 개의 지원 프로그램을 경험할 기회를 얻는다.
음식하기, 운동하기, 일기 쓰기 등 사소하지만 일상의 무너졌던 것들을 회복하는 첫 단계에서 고립은둔청년들은 ‘일의 감각’을 익히게 된다. 서울청년기지개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박철하(가명ㆍ30)씨는 “매주 같은 시간에 만나서 운동을 하는 것조차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동력을 얻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서울청년기지개센터를 통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본 청년들은 이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 후 카페에서 근무하는 한 모씨, 우울증을 극복하고 노인요양보호기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김 모씨 등 3년차, 6년차 고립은둔생활을 끝낸 ‘졸업생’들의 실제 사연이다.
이 같은 소식에 정부ㆍ지자체ㆍ공공기관 등 전국 28개 기관에서 정책을 벤치마킹했다.
그러나 성공을 단정짓기에는 아직 이르다. 김철희 국장은 “고립은둔청년들이 단기간 사회복귀가 아닌 정규직 일자리 채용까지 적극 매칭하는 사업 등을 계발해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