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현희 기자]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가 지난해 연간 합산 기준 순익으로 16조원을 넘어서면서 하반기 주주환원 규모도 기대되고 있다. 일부 금융그룹들은 자사주 매입 규모 등 주주환원 수준이 시장 예상보다 낮아 주가가 흔들린 만큼, 하반기 주주환원 규모를 시장 예상대로 끌어올릴지 여부가 주목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금융그룹의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6조4205억원으로 전년보다 5.7%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금리 기조가 만연했던 지난 2022년 합산 순익인 15조5309억원보다 8896억원을 더 벌어들인 것이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역대 최고치의 순익을 기록했다. KB금융의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5조782억원으로, 금융그룹으로서는 첫 '5조 클럽'에 입성했다. 하나금융도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3조7388억원으로, 지난 2022년 3조5706억원의 최대실적을 갈아치웠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실적도 호조세였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4조5175억원으로, 2022년 수준인 4조6423억원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했다. 우리금융도 같은 기간 3조860억원으로 2022년(3조3240억원) 이어 다시금 3조원을 돌파한 실적을 보였다.
이같은 최대 실적을 견인한 것은 단연 '이자수익'이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따라 울며 겨자먹기라고 해도 가계대출 금리를 높이며 예대금리차를 늘렸기 때문이다. 4대금융의 이자수익은 무려 41조8760억원이었다. 예대금리차는 4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기준, 지난해 8월 평균 0.94%p에서 지난해 12월 평균 1.46%p로 0.52%p나 늘었다.
시장은 역대 최고치의 실적을 자랑하는 만큼 주주환원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KB금융의 자사주 소각에 대한 시장 예상치는 1조1000억원 수준이었다. KB금융의 지난해 12월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3.51%였는데, 자사주 소각 규모는 5200억원으로 발표됐다. 시장예상보다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실망한 물량이 쏟아졌고 KB금융의 주가는 지난 6일 종가 8만4900원을 기록하며 전일보다 6.7%의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장중에는 무려 7% 이상의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CET1 비율과 자사주 규모는 높아진 시장 기대치와 비교해 다소 미흡하다"며 "CET1 상향 관리 노력의 절실함이 타행보다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신한금융의 CET1은 지난해 연말 기준 13.03%로 밸류업 권고치인 13%를 겨우 넘었지만 업계내 가장 높은 수준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진행하며 시장 기대감을 높였다. 신한금융은 이달부터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 취득해 소각하기로 했다. 지난달 완료한 1500억원 자사주 소각에 이어 5000억원을 추가 취득해 모두 합쳐 6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 올해 배당이 확정된 1조1000억원을 합치면 전체 주주환원 규모는 1조7500억원으로, 올해 총주주환원율은 40~44%로 시장 기대치에 충족할 전망이다. 다만 환율 상승과 부동산신탁 등 비은행 계열사의 부진한 실적 등으로 CET1이 하락한 만큼 주주환원을 추진한 후의 자본력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나금융은 지주 출범 이후 최대 규모로 4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한다. 연간 총주주환원율은 37.8%로 전년보다 4.8%p 높아졌다. 우리금융은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전년보다 10% 정도 늘어난 1500억원으로 정했다. 다만 그룹의 CET1이 지난해 4분기 환율 상승 등으로 약 0.4%p 하락한 12.08%를 기록했다.
올해도 가계대출 관리 기조 등으로 대출금리 인하폭이 제한되고 수신금리 인하폭은 커지면서 예대금리차 확대에 따른 이자수익 확대가 예상된다. 4대금융의 주주환원 규모가 추가로 늘어날지 여부에 대해 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경기침체와 시장 변동성 등으로 예상보다 부진할 가능성도 높지만 금융그룹들의 밸류업 의지가 높아 시장기대치를 맞추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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